2025-08-30 17:42•조회 50•댓글 4•depr3ssed
씻고 나오니 네가 없었다
왜지?
분명 씻기 전까지 거실에 있었는데… 밖으로 나갔나? 나를 두고서?
그럴 리가 없는데, 날 두고 떠날 리가—
그렇게 생각하며 현관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 내 머리 위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놀랄 정도로 따뜻하게
바깥에 보이는 건 푸른 나무들?
뭐지? 분명 겨울 아니었나?
문을 다시 닫고 열어봐도 똑같은 광경.
머리가 아프다 눈이 아프다 휘청인다 어딨어 어디갔냐고 뭐야 뭔데 트루먼 쇼 같은 건가?
저 멀리 네가 보이는 것 같아서 손을 뻗으니 멀어진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사라지지 마 가지 말아줘 떠나지 마 사라지지 말라고 제발
멀어지는 너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계속 계속 그렇게 손을 뻗었다 그런데 내 뒤를 누군가 쫓아오고 있었다 너인가?
네가 나를 붙잡았다 아 사라진게 아니었구나 그럼 그렇지
아니야 너가 아니야 넌 누구야 넌 누군데
팔을 휘둘러서 너를 쫓아내려고 했다 그럴수록 더 꽈악 붙잡았다 그러곤 나를 꼭 안았다 따뜻해 이상하게 머리가 가라앉는 기분
뇌내가 맑아지자 드디어 뒤를 돌아보자
나를 안고 가쁜 숨을 헐떡이는
*
옛날에 쓴거 발굴한거라 이상함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