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나기 하루 전이다. 내일은 이제 오지 않는다. 텔레비전 속엔 행운을 빈다는 띠자막이 흘렀고, 사람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냈으며 하늘은 마지막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나는 평소처럼 출근했다. 회사엔 나 뿐이었지만 무단 결근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점심엔 익숙한 카페에 들렀다.
카페 안은 정적 뿐이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지만 바리스타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오늘도 아메리카노요?"
그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내게 물었다. 나는 평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용히 커피를 내렸고, 고요한 정적 속에 커피 내리는 소리만이 흘렀다. 정적을 깨고 그가 컵을 건네며 말했다.
"오늘 혼자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언제나 그랬죠."
그가 잠시 망설이며 고민하다 말했다.
"같이 있을래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오늘이 마지막이었고, 마지막엔 의미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그래서 함께 더는 볼 수 없을 공원을 걷고, 말없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이 많았고, 거리는 조용했다.
한번도 관심을 가저본 적 없는 하늘은 짜증나게도 아름다웠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별도 아는 듯, 생애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빛나보일 밤이라는 것을 아는 듯 세게 빛을 내었다.
카페 앞까지 걸어온 그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며 고민했다 말을 꺼냈다.
"내일도 와줘요. 혹시 모르니까."
그는 무언가 감정을 억누르는 듯 보였다.
나는 잠시 멈췄다 대답했다.
"그래요.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 세상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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