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은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빛이 과하게 번져 있었다.
하늘은 매일 푸르게 부풀어 올랐고, 공기 속에는 소금기와 복숭아 껍질 같은 달큰한 열기가 감돌았다.
네가 무심히 건넨 한 마디가 시작이었다.
“바다, 갈래?”
네 목소리는 부서지는 파도처럼 가벼웠지만, 그 안엔 묘하게 날 불러내는 파장이 있었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나무 그늘은 종종 얼룩진 음영으로 우리를 덮었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달궈진 아스팔트 냄새를 품고 있었고, 그 속에서 우리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너와 나 사이에 흘러내리는 땀방울마저, 그 순간엔 계절이 남긴 은밀한 표식 같았다.
기차 창밖으로 지나가는 들판은 초록의 결을 풀어내고 있었고, 공기 속에는 한낮의 금빛 먼지가 떠다녔다.
나는 네 어깨에 기댔고, 그 순간 옅은 땀 냄새와 비누 향이 겹쳐졌다.
마치 여름이라는 계절 전체가 네 호흡 속에 깃든 듯했다.
바다에 도착했을 때, 해는 아직 완전히 기울지 않았다.
모래는 발목을 파고들 만큼 뜨거웠고, 파도는 은빛 날카로움으로 발등을 감싸왔다.
우리는 숨이 찰 때까지 물을 튀기며 웃었고, 그 웃음은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한동안 머물다 사라졌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계절이 끝나면, 우리는 지금처럼 웃을 수 없으리라는 걸.
저녁 무렵, 해안로를 걷는 발밑으로 주황빛이 흘렀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바다는 검은 유리처럼 잔잔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며 내게 싱긋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 대답하듯 네 손을 잡았다.
손바닥 사이에 흐르는 온기가, 식어가는 햇빛과 맞물려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 여름은 결국 한 장의 사진처럼 접혀, 서랍 속에 들어갔다.
남은 건 바닷물에 젖어 무겁게 늘어진 타월, 그리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계절의 결들.
하지만 나는 안다.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파도의 온도와 그날의 하늘빛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날 것을.
마치 그 여름이 나를 잠시 빌려 쓰고 떠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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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고요입니다. 사실 몇주 간 퀴바미 소설게시판의 독자로 있다가 나도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만··· 제대로 된 글을 쓰기에는 조금 부끄러웠달까요. 그래서 조금 이상한 컨셉을 잡아 봤었습니다만, 이로 인해 익명 큐리어스에서 제 욕이 오가는 걸 보고는 제대로 글을 한 편은 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꼬우면 보지 말라, 혹은 너희가 쓰라는 등의 언행에 당황하셨거나 기분이 상하셨던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이 예측에 대해서도 답변해보자면 저는 현재 중학교 1학년, 14살입니다. 어쨌거나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반응에 제가 상처받은 일은 없으니 그에 대해서 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일이 예상한 반응대로 이어지니 저도 기분이 많이 좋았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상한 컨셉의 글 대신 제 색깔의 글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읽으면서 재밌거나,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글들 말입니다. 아마 표현력이나 맞춤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도 함께 봐주셨음 합니다. 좋은 말도, 날카로운 피드백도 모두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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