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드는 마피아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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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1 19:49조회 8댓글 1Ehfkd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살아 있지’였다.

콘크리트 냄새가 났다. 습했고, 차가웠다. 천장은 높았고 조명은 지나치게 밝았다.
수술실… 아니, 실험실 같았다.

눈을 깜빡이자 시야 끝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움직였다.
전부 같은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방 안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목에는 얇은 밴드가 감겨 있었다.
맥박 측정기였다.

“…서아야.”

그 목소리를 듣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지우야.”

한지우는 내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상황을 분석하고, 어떻게 빠져나갈지 해결책을 내놓았을 나의 친구가
지금은 두 손만 꽉 쥔 채 굳어 있었다.

“여기… 어디지?”

지우가 공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몰라.”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좋은 데는 아닌 것 같아.”

방 안에는 최소 스무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울고 있었고, 누군가는 욕을 했다.
벽면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문도, 창도 없었다.

대신 천장 한가운데에 커다란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삐—
짧은 전자음이 울렸다.
동시에 내 손목의 밴드가 진동했다.

모두의 시선이 위로 쏠렸다.

“참가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기계음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게 변조된 목소리.
어딘가 기괴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제1회 실사판 마피아 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순간 웅성거림이 폭발했다.

“장난하지 마! 내보내줘!”
“마피아? 그 게임? 나 못하는데…”
“촬영이야? 카메라는? 어디 있어?”

“침묵. 침묵하세요.”

단 한 문장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강요라기보다는, 거부할 수 없다는 확신이 담긴 어조였다.

“이 게임은 중도 포기와 참가 거부가 불가능합니다.”

벽 한쪽이 천천히 열렸다.
안에는 흰 천으로 덮인 침대 하나가 있었다.

천이 들춰졌다.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었던 것.

누군가는 숨을 삼키며 입을 막았고,
누군가는 공포를 참지 못해 비명을 질렀다.

“지금 보신 것은 게임 참가를 거부할 경우의 예시입니다.”

지우가 내 소매를 붙잡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서아야… 이거… 진짜야. 진짜라고.”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가짜일 리가 없었다.

“이 게임에서의 상처는 현실에서의 사망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규칙에 따라, 살릴 수 있는 기회도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죽음보다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더 무서웠다.
살릴 수 있는데, 살려야 하는데 죽는다는 게 더 억울했으니까.

“참가자는 세 팀으로 나뉩니다.”

벽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 시민팀
• 마피아팀
• 교주팀

“각 팀은 서로 다른 승리 조건을 가집니다.”
“그리고 서로의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지우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거… 그냥 게임 아니잖아. 진짜잖아. 죽는 거잖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바라봤다.

“게임 기간은 10일.”
“낮에는 토론과 투표.”
“밤에는 팀별 행동이 이루어집니다.”

“살인, 치료, 수사는 밤에만 가능합니다.”
“처형은 낮에만 가능합니다.”

설명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래서 더 인간미가 없었고, 기괴했다.

“상금은 총 200억 원.”
“팀 단위로 지급됩니다.”

누군가 웃었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라고? 미친 거 아니야?”

스피커는 즉시 대답했다.

“아닙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때였다.

내 손목의 밴드가 짧게 진동했다.

[역할이 배정되었습니다.]

눈앞에 작은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두 자기 앞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우도 마찬가지였다.
숨을 삼킨 채, 필사적으로 화면을 읽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글자를 확인했다.

역할: 마피아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목표: 시민팀과 교주팀 인원수 이상이 될 것

머릿속이 빠르게 식었다.
공포는 없었다.
대신 목표가 이상하리만치 선명해졌다.

사람을 죽여야 한다.

나는 고개를 들어 지우를 바라봤다.

지우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공을 눈이 빠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게임에서 가장 잔인한 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서로를 배신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나는,
그걸 해야 하는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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