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4 22:00•조회 36•댓글 1•타끼🐙🐰
1949년 x월 x일
오늘 아버지와 사진관에 갔다. 아버지는 나에게 환하게 웃으라고 하셨다. 사진관 아저씨는 네모난 상자를 누르시더니 갑자기 상자에서 불빛이 나왔다. 얼마 후 사진이 나왔다. 사진 속 나와 아버지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흑백이라는 게 아쉽지만 괜찮았다.
'영원히 간직해야지ㅎㅎ.'
1949년 x월 x일
요즘 아버지께서 고민이 많아 보이신다. 위에 대한민국과 아래 대한민국이 사이가 안 좋다고 하셨다. 빨리 위에 대한민국과 아래 대한민국이 서로 친했으면 좋겠다.
1950년 x월x일
오늘 엄청 큰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말로는 대포소리라고 했다. 너무 무서워서 아버지 품에 안겼다. 그런 나를 아버지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시끄러운 소리다.
1950년 6월 25일
위에 대한민국이 아래 대한민국을 공격했다. 아직 우리 마을까지 오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언제 우리 마을에 올지 모른다.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라고 곧 국군들이 이길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아직도 무섭다.
1950년 x월x일
결국 우리 마을까지 위에 대한민국 군인들이 왔다. 아버지는 당장 마을을 떠나자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 피난을 가기 위해 짐을 쌌다. 내가 속상해하자 아버지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1950년 x월x일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 언제까지 가야 할까? 집에 가고 싶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탱크와 대포 소리도 계속 들린…
쾅-
"꺅!! 도망쳐!!"
펑--
"아, 아버지-!!"
1950년 x월x일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사라지셨다. 아버지는 어디 계실까…? 난 이젠 어떡하지 주머니 속엔 저번에 아버지랑 함께 찍은 사진밖에 없다… 아버지 없이 살 수 있을까…?
1953년 7월27일
남북이 휴전됐다고 들었다… 아버지와는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난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이제 북한에서만 살아야 한다. 아버지는 살아계실까? 내 고향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는 남한에 갈 수 없을까?
20xx년 x월 x일
아버지께
아버지, 벌써 헤어진 지 수십 년이 됐네요… 오늘따라 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아버지와의 추억이 이 사진 한 장뿐이라는게 속상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 살아계시죠? 거기는 어때요? 만약 다시 만난다면 그때처럼 따뜻하게 안아주실 거죠? 아버지…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