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나간다. 나는 그런 신발장 쪽을 보며 하람이에게 방긋 웃어준다. 하람이가 다행히 좋아한다. 나는 교실 문을 다시 닫고 책상 줄이 삐져 나왔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손에 있던 하람이가 고이고이 접어둔 편지를 조심스레 열어 읽어본다.
'1학년 2반이자 새싹반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샌님 저는 새싹반 하람이애요•••'
입학식날부터 알려준 수십 개의 맞춤법들은 오늘, 종업식이 되서도 그대로지만, 마음은 더 자란 제자들을 생각하니 기특하고 울컥했다. 그치만 나에게는 한 가지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게 있다. 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알 수 없다. 얼굴은 매번 보려고 해도 강한 모자이크 처리처럼 되어있어서 가족 빼고는 거의 다 분간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목소리와 옷으로 구분한다. 한 교사로서, 현실이 슬픈 일이긴 하지만 밝은 미소, 영향력, 에너지가 내 삶을 힘차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