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쓸모 있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며,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며 내게 원망을 소리친다. 그래, 너는 매번 세상의 탓만 하지. 네 재주는 그뿐이니까. 허나 볼 수 없는, 들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나는 얼마나 고통스레 애쓰고 있는지 당신은 알까?
내가 사랑하는 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바라보고 싶어서 분주히 움직인다. 고작 1초를 지키려 매 순간마다 나의 몸이 닳아가는 것을 애써 무시한다. 반복.
그럼에도 넌 멈추지 않는 숨에게 말한다, 공기가 아까워. 이런 바보에게 헌신하는 나는 어디든 널린 공기보다도 무가치한 소모품이라는 소리인가. 한숨이 불어넣은 바람에 살이 찢긴다.
알고 있다. 너는 피를 보면 두려워서 손을 떤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게. 매일 새벽, 피곤함을 이겨내고 붉은 글라디올러스의 꽃잎을 모조리 모아 녹인다. 선명한 꽃물로 항상 경고 아닌 경고를 보내고는 있지만 여태 알아챈 적이 없다. 반쯤 포기했는데, 그렇다고 그만두기에는 아주 약간의 가능성을 내세우며 아깝다고 생각한다.
상시 장마. 더럽게 참을성이 없는 너. 작은 물웅덩이조차도 거슬린다며 하늘로 올려보낸다.
그날, 서서히 흩어진 물방울은 아무도 모르게 커다란 먹구름이 되어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사실은 전부 모르는 척했을 뿐이다. 축축하게 젖은 구름은 품어두었던 물방울을 다시 아래로 흘려보냈다. 사무치게 시린 소나기가 가슴을 찔렀다. 너는 비명을 지르며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째서인지 안타까워 네 품을 감싸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녹아내리는 우산을 끌어안는 널 바라보며 숨죽여 울었다.
처음으로 내렸던 비 이후에도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했다. 점점 잦아지고, 이제는 태양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것만 같다. 제 역할을 못 하는 예방접종. 한결같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적응하지도 못하고, 아파하며 몸부림친다. 가엾다.
우리는 어느 면에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창과 방패. 타고난 용도 외에 사용하면 망가져 버리는. 관두면 전부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오래전, 그러나 여전히 밝게 빛나는 기억 하나에 위태롭게 매달려 버틴다. 책임감 한번 어찌나 강한지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더라.
흐린 정신을 몰래 만져서 밧줄을 아주 짧게 잘라버린 것,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구석진 곳에 약들을 숨겨둔 것, 옥상에 올라가던 널 강하게 붙잡았던 것. 이 모두 범인은 나라는 걸, 짐작이라도 해본 적 있니.
분명 너는 또 사라지길 바라겠지만, 나도 계속 장애물을 자처할 것이다. 가끔 희미하게 피어나는 따스한 안개가 너무나 좋아. 이유는 이게 전부다. 솔직히, 노력에 따른 결과는 필연적이지 않다. 하지만 네게 질 리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야 지금도 보여주고 있잖아. 살아있다는 건, 내게 패배한 흔적의 집합.
한 심장에 나누어 기생하는 생명일지라도, 네가 머물 자리는 충분하다. 그러니 두고 혼자 떠나지는 말아. 언젠가는 싸늘하게 시들 거라는 말에 용기를 얻는다면 용서하지 못할 거야. 무척이나 두려워서, 외로워서……
잘 자, 에 앞선 내일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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