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 21:46•조회 29•댓글 1•Sb1ck
가장 흔하고, 가장 연약한 재료인 종이. 누군가에게는 한 장의 메모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버려질 쓰레기일 수도 있었던 그 종이를 가장 단단한 모습으로 빚어냈다.
수많은 망설임과 접힘의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펼쳐보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이미 깊은 주름이 새겨진 종이. 하지만 그 주름들이야말로 이 비행기의 단단한 뼈대가 됐다. 쉽게 구겨지거나 꺾이지 않고, 바람을 가를 힘이 되는 것이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이 비행기는 가장 무거운 꿈을 싣고 있다. 거대한 엔진도, 첨단 항법 장치도 없지만, 오직 불어넣은 간절함과 떠나야 할 용기만이 추진력이 됐다.
이제 망설임 없이 손을 놓아줄 시간이였다. 두 발을 딛고 선 이 땅이 익숙하고 편안했을지라도, 비행기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 가장 높이 솟아오르기 위해서는 결국 가장 깊은 곳에서 던져져야 하기에.
숨을 고르고, 모든 힘을 실어 던졌다.
지금 손을 떠난 이 작고 희망찬 날개가, 낯선 바람과 마주하며 스스로 길을 찾을 것이다. 당신의 시야 너머, 처음 보는 푸른 하늘을 향해. 떨리지만 아름다운 첫 비상을 시작하는 당신의 종이비행기처럼.
떴다는 말은, 곧 떠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마음껏, 그리고 멀리 날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