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시간 전 쉬는 시간이었다.
배드민턴 수행으로 강당에 가야했다. 모든 아이들이 교실을 나갈 때쯤 나는 마침 이번 주 주번이라 교실문을 잠궈야했다.

교실 문을 닫기 전, 가방 안에 손을 넣었다.
오늘 아침 편의점에서 샀던 작은 초콜릿 봉지.
평소 같으면 내 입으로 들어갔을 그것.

하지만 오늘은

나는 고개를 돌려 아무도 보지 않는 걸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그 초콜릿 두 개를 꺼냈다.
하윤이의 책상 모서리쪽에 살짝 내려놨다.

소리도 내지 않고.
기척도 들키지 않게.

그런 뒤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태연한 척 강당으로 향했다.


체육시간

강당은 평소처럼 웅성거렸다.
선생님이 오기 전 체조대형으로 서서 대충 체조하고 삼삼오오 떠들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하윤의 가까이에 있었다.
아이들은 흩어져서 자기들끼리 모여 놀고있었다.

"라켓 꾸러미, 오늘 체육 도우미가 없으니까 반장이 가져오자. 반장아?"
쌤이 강당에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네."
하윤이 손들었다.

"혼자 되겠나. 누구 같이 데리고 가라."
쌤이 김하윤과 말하는 걸 듣자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옆에 가서 말했다.
"...저 같이 갈게요."
나는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어, 그래. 그럼 둘이 가져와."

강당 옆 체육 준비실까지, 우리는 말없이 나란히 걸었다.
걷는 동안 나는 딱 한 번, 옆을 바라봤다.
하윤이는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있었다.

유리로 된 준비실 문을 열었다.
체육 준비실 안에는 깜깜했고 체육기구들, 공, 훌라후프, 줄넘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거야?"
하윤이가 라켓 꾸러미를 가르키며 말하자, 나는 잠깐 하윤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무거우니까 내가 들게. 너는 저기 셔틀콕 상자 가져와."

나는 아무 말 없이 라켓 꾸러미 중 하나를 들어 대신 들었다.
그리곤 하윤이도 셔틀콕 상자를 들었다.

우리는 말도 거의 없이 다시 강당으로 돌아왔지만,
나에겐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체육 시간.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교실 맨 끝자리, 자기 책상에 앉아있는 하윤이를 바라봤을 땐,
그 애는 이미 뭔가를 발견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집어 들고,
양손으로 살펴보는 모습.
그리고 살짝 고개를 갸웃한 채 누가 그랬을지 생각하는 듯,
눈을 반쯤 감은 채 먼 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주위에서 당사자보다 더 소란을 피우고 있는 이보민이랑 윤서아까지.

나는 그 시선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저 땀도 안 난 얼굴을 한 손으로 슥 닦았다.

그 애가 알지 못할 나의 첫 번째 행동.
들키지 않은 채, 시작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