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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urious.quizby.me/URZ8…수북히 쌓여있는 눈들을 바라보았다. 꽤 높은 이 경치에서 바라보자니 괜히 하얗게 물들은 이 세상에 아름다움을 고하고 싶었다. 평소에는 더럽게만 보이던 것들이 전부 순결에 녹아 깨끗함이 남은 것 같은 현상이. 놀랍다가도 이 환경에 나도 녹아들을 뿐이었다.
나는 그 눈들을 보면서도 너를 떠올렸다. 이 눈들을 보고 있을까? 전화라도 해볼까. 너라는 존재는 나를 고민에 집어넣었다. 좀 더 잘 보이고 싶었을, 나의 마음일까. 이 마음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하며 생각에 잠긴 터였다.
지이잉. 순간 벨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찾아간 그 소리의 출처는 핸드폰 이었다. 다정하게 저장된 이름의 번호 속 주인은 너였다. 나는 기쁜 마음에 전화를 받았고, 기대에 부풀어 오른 그 목소리도 여전하니 좋기만 했다.
- 눈 봤어? 엄청 이쁘더라!
- 그러게, 나도 네가 생각났는데.
서로의 다정한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데도 저 녹들마저 녹일 것만 같았다. 안부를 묻고, 다음에 또 놀자 기약하는 말들이 오갔다. 저 새하얀 눈들 사이에서 뛰어놀을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으니.
- 잘 자.
- 응, 너도.
끊은 후 핸드폰을 확인하자 전화 기록에는 꽤 많은 시간이 찍혀 있었다. 다음에는 더 길게 할 수 있겠지. 이미 어두워진 이 시간이 밉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 빨리 보고싶다.
어서 이 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이게 소망이라니, 좀 웃겨 보일까. 그래도 그 이유에는 네가 있으니 괜찮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