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나의 불쌍한 소년

설정
2026-09-13 01:14•조회 67•댓글 3•mnoe
우리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마음부터 굳어버린 아이들이었다.





































네 열여덟은 푸른 물감에 먹물이 번지는 듯 했다.
















이 거대한 세상은 우리에게 한 번도 삶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저 뒤처지지 말라고, 깨끗한 숫자가 되어 계급표 위에 누우라고만 채찍질했다. 소리쳐 울면 예민한 탓이라 했고, 아파서 쓰러지면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 했다. 그들에게 우리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마음껏 짓밟아도 진흙 같은 것이었으니.










죽음마저 실수를 할까 두려운 삶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우리는 살아있는 게 아니라, 그저 시들어가는 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뿐이라고. 선인장도 가시를 세우다 지치면 말라버리는데.

밤마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내일 아침에는 태양이 뜨지 않기를 기도하던 처지였으니까. 껴안을수록 서로의 가시에 찔려 더 깊은 피를 흘렸다.

이곳의 어른들은 우리가 우는 법을 잊을 때까지 밀어붙이고는, 왜 웃지 않느냐고 화를 낸다고. 더 이상 저들의 성장을 위해 희생되는 계절로 살고 싶지 않다고.

















너는 아무런 줄도 잡지 않고 내 세계에서 조용히 비켜섰다.






















네가 떠난 뒤에도 세상의 시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똑같이 흘렀다. 어른들은 정신력이 약해서 문제라는 흔한 단정함으로 네 빈자리를 건성으로 치워버렸다.



































잘 자, 나의 불쌍한 소년.
너는 그 고장 난 저울의 끝에서 먼저 내려섰지만, 나는 네가 버린 세상에 남겨져 아직도 네 몫의 비명을 대신 지르고 있어.






























이 세상은 여전히 너무 크고, 우리의 작은 눈물은 이 넓은 세상을 넘치게 만들 수도 없어.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