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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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0 19:36조회 66댓글 4백청춘
겨울은 이미 골목을 삼킨 듯 차가웠다.
길가에 흩어진 낙엽 위로,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살짝 내려 있었다.

그는 그 길을 천천히 걸었다.
한때 그녀와 함께 뛰놀던 골목, 함께 나누던 웃음과 비밀이 아직 공기 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그녀는 없었다.
그날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느낀 건 공허함과 냉기뿐이었고,
길 위에 남은 건 발자국 하나조차 아닌, 빈 자리의 무게였다. 가끔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말한다.

“혹시라도… 돌아올 수 있니?”

대답 대신 바람만 그의 뺨을 스치고, 잎사귀가 사각거렸다.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그의 하루는 한 사람 때문에 흔들렸다. 그녀의 웃음, 손끝의 온기, 장난스레 남겼던 메모 한 장. 그 모든 것이 시간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지만,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매일 그 빈자리를 걷고, 매일 그리움을 채워 보지만, 그 끝은 늘 한참 남은 눈물로 이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깨달았다.
사람이 떠난 뒤 남는 것은 기억뿐이지만,
그 기억이 마음 깊이 새겨져 있어야만 아직 사랑했고, 아직 느꼈고,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을.

그는 발자국 없는 길을 따라 다시 걷는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그녀의 웃음과 그의 눈물이 조용히 뒤섞인다. 세상은 여전히 냉혹하지만, 그 슬픔마저 그의 일부가 되었다.

사랑했던 날들의 무게는, 이제 그의 심장을 묵묵히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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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공원에서 삘 받고 쓴 내용인데 꽤나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 오늘은 여기서 그만 쓰도록 할께요. 감사합니다 ♥︎

큐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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