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5 13:03•조회 41•댓글 1•예 청
한때는 그리 빛나던 꽃잎이였다. 어여쁘고 아리따운 그 꽃, 그 꽃을 이루던 꽃잎은 찬란히 나무 위를 수놓았다. 떨어지지 않도록 나무를 껴안고 빛났다. 모든 겨울을 나며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 있을 듯한 꽃잎. 눈 쌓인 꽃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말도 이상적인 말로 바꿀 듯한 그러한 꽃잎이었다.
천천히 잎들이 싱그러워졌다. 얼음 결정을 기다리던 수들은 차차 떨어져나갔다. 부디 나만은 작은 수로 남기를, 그리 바라고 또 바랬다. 하얀 눈들이 나를 덮고 춤을 출 그러한 날을 손 꼽아 기다렸다. 인간들은 아직 남아있는 꽃이 있다며 작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때로는 아이가 만져보기도 했다.
초록 잎이 모이고 능소화가 담장을 덮어갔다. 아, 어쩌면 이건 말로만 듣던 여름이라는 계절일까? 나는 녹아내렸다. 바닥에 자석이 달린 듯 나를 끌어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이제 그 어떤 누구도 따스한 손길을 주지 않겠지. 그렇겠지? 결국 사라질 걸 알면서도 아름다운 미소를 내어보았다. 내 마음에는 미소라는 아름답지만 아픈 비수가 꽃혔다.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잎들이었다. 슬픔을 가득 담은 잎이 되어 짓밟혔다. 다시 떨어진다면 지금보다는 따듯할까? 나뭇가지에 걸려 떨어진 사랑은 구르고 굴러 또 다시 나를 밟았다. 너는 다시 나에게 떨어질까? 아니라면 다시 짓밟을까?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나무를 올라 떨어져 너를 만날까? 나를 불러줄래, 그래줄래?
나를 불러준 너에게 다시 떨어질게, 추락이래도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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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 망했다 🙀
♫ • 세븐틴 - Fallin' 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