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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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8 13:34조회 52댓글 1일유헌
영원은 영원할 수 없다.

영원은 무한할 수 없다.

무한한 영원은 없다.

영원을 믿었다. 영원을 사랑했다.
여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눈동자는 푸르를 정도로 투명하다.

비참하게도
그 눈동자를 본 순간
나는 파란색이 싫어졌다.

언젠가부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전부 푸르러서 내 숨통을 조여왔다.

천하는 본디 푸르다.

내 목구멍 끝까지 붉은 무언가가 차올랐는데
세상은 너무 푸르러서
붉다는 이질감을 용서할 수 없었다.

뒤죽박죽 이름 없는 ···▓≠愛
내 연꽃 한 송이가 번져간다.

푸르른 색으로 물든다.

뇌가 썩어버리기 직전.
눈앞이 새파라니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하루에만 수천 번 연꽃을 게워 내고 있었다.

내 붉은 연꽃이 입을 열었다.

무언가 뻐끔거린다.

구원ー

구원?

구원! 그래 구원 밖에 답이 없으니
붉은 구원을 바라고 싶다.

나를 푸른 구렁텅이에서
구원해 줄 붉은 내 신ー

그런데 말이야
내 작은 신마저 푸르른 눈동자를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내 신마저 푸름?

그럴 리가 없잖아
내 뇌리는 이미 새빨간 무언가가 물들었는데
이제 와서 푸름이 개입하면 어쩌자는 거야?

내 구원도 푸르른가?

나는 절대적으로 붉어야만 한다.
푸르름 따위가 존재해 봤자ー

내 신은 푸르게 물들지 말고 영원히 붉게 물들어줘.
영원, 영원히 말이야.

응? 영원은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내 붉음은 영원하잖아?

영원은 존재한다니까!

영원은 영원하다.

영원은 무한하다.

무한한 영원이 내 손아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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