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카메라 속에는 아직도 현상되지 않은 필름이 남아 있다.
몇 번이고 꺼내려 했지만, 매번 손끝에서 멈췄다. 그 안에는 분명 네가 웃던 순간이, 네가 행복했던 담겨 있을 것 같아서. 그 필름을 꺼내버리면 그 순간이 흩어져버릴 것만 같아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건 기억이 아니라 공백이었다. 너와 나 사이에 놓여 있던 수많은 장면들이 무너져 내렸고, 그 틈 사이로 남은 건 공백 뿐이었다.
창문을 스쳐 들어오는 햇살조차 네가 웃는 장면처럼 보여, 나는 자꾸만 눈을 감는다. 네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싶어서.
혹시라도 필름 속의 네가 지금과는 다를까 두려워 나는 여전히 그 필름을 열지 못한다. 기억은 빛바래도, 사진 속의 너는 여전히 웃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나조차 알 수 없는 낯선 얼굴로 변해 있을까.
나는 종종 그 카메라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둔다. 오래된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닿을 때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붙잡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진을 찍던 순간마다 들리던 셔터 소리, 렌즈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무심히 웃던 네 표정이 겹쳐진다.
빛은 언제나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흩어지지만, 잔향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네가 없는 지금에도 여전히 그 필름을 품고 살아간다. 끝내 꺼내보지 못할 사진 속에서, 너는 아마도 가장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ne0n. :필름 속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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