忘愛 - 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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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2 07:35조회 38댓글 0단애
밤하늘에 흩어진 별빛이 천만 번 꺼졌다 켜졌어도,
그대의 이름은 내 입술에서 서서히 닳아 없어졌도다.
이제는 음절조차 부서져 바람 속에 흩날리니,
그대가 누구였는지 나 스스로 의심하게 되었노라.

사랑이라 불렀으나, 이제는 허무의 다른 이름일 뿐.
그대의 손길은 기억에서 삭아내려,
무덤 속 해골처럼 형체만 남았도다.
그러하건만, 참으로 기이하구나.
잊으려 할수록 더욱 선명히 다가오니,
망각이 곧 집착의 또 다른 형상임을 나는 이제야 알았노라.

나는 원망하지 아니하였다.
원망할 이름조차 사라졌으므로.
허나 내 심장 속에는 잊힘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남아 있었으니,
텅 빈 자리를 가득 메우는
그대의 부재(不在)였도다.

그리하여 나는 깨달았노라.
사랑의 끝은 이별이 아니요,
망각 또한 아니며,
오히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계속
살아야 하는 형벌이란 것을.

그러하니 이제…
기억하지 못할 그대를 위해 울지도 못한 채,
허무의 무게를 짊어진 채,
끝없는 생애를 홀로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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