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탓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이 세상의 따뜻함일 거야. 그중에는 너도 있고.
처음에는 무심하기만 한 줄 알았어. 아무리 큰 소리로 울어도 대꾸 하나 없었고, 아파서 죽을 것 같을 때에도 보듬어주는 손길 따위는 없었고, 아주 외로운 밤에 작은 속삭임조차 없어서 그 때의 나는 줄곧 이불을 몸에 돌돌 두르곤 했어. 이런 내가 새장 속에 갇힌 새일까 싶었는데, 관상용의 아름다운 새였더라면 빛나는 자태에 말 얹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쯤은 있었을 거야. 내게 그런 건 없었어.
어느 날은 날 수 있을까 라는 바보 같은 명분으로 뛰어들었어. 무서웠냐고? 아니! 굳이 그러지 않을 필요가 없었거든. 초침이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몸과 마음이 깎여가는 삶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손해니까.
만약 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어. 혹은 공기가 되어 둥실둥실 떠다녀도 기쁠 거야. 또는 바람에 바스러져 아주 작아진다면 그것도 즐거울 테고, 그냥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는 것으로 좋잖아. 죽는 것도 좋아. 아마 후회할 결과는 없을 거라서.
그런데 내가 한 가지 생각을 못 한 게 있었어. 바로 너야! 네가 날 그렇게 막아설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어. 물론 기뻤지만. 벽이 가로막지 않은, 창문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사방을 둘러싼 넓은 하늘 아래에서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모습은 분명 로맨스 영화의 명장면처럼 보였을 거야. 그런 짓은 그만둬, 같은 깜찍한 말을 들으니 내가 웃을 수밖에 없잖아. 아무튼. 날 안아주는 사람이 생기니 기뻤어. 봐, 어쨌든 전부 내가 시도한 덕이야. 잃은 건 없다는 말이 전혀 거짓말 아니었지? 네 체온이 아직도 생생하고, 항상 원해.
울 것 같은 기분으로 밤을 새우는 게 그렇게 즐거운 건지 몰랐어. 아침에 구워준 팬케이크도 정말 맛있었는데.
나는 아프다고 찡얼대는 아이는 되고 싶지 않았어. 지금도 그래.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고 살다보니 아픈 게 별로 무섭지 않더라. 상처가 나도 눈물 꾹 참는 게 익숙해졌고, 조금은 즐겁게 되었어. 솔직히 말하면 아주 많이.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괜찮아. 하지만 따뜻한 건 사실이잖아, 착각이 아니라 애초에 과학적으로도. 당장 베어버리면 머릿속에 가득 차있던 네가 혈관을 통해 나와 상처를 채우다 끝내 흘러내려. 시리던 피부를 델 정도로 따뜻하게 적셔와. 고통은 붉게 녹아내린 네가 존재감을 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거야. 무어 그 위를 조심스레 만지는 진짜 네 손의 온기만큼은 아니지만. 붕대가 둘린 팔과 다리의 압박감이 그리워.
몰래 삼켜보았던 너와의 처음은 듣기로의 레몬 향보다 훨씬 달아서 좋아해. 그냥…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야. 너는 어때? 무서우니까 그 답은 영영 듣지 않을 생각이지만.
약에 취해 몽롱한 정신으로 널 바라본 순간 아차 싶었어. 그 상태로는 네 얼굴이 시야의 온갖 것들과 뒤섞여 뭉개져 보였단 말이야. 나는 눈을 비볐어. 선명해져라, 선명해져라, 고장 난 카메라야 얼른 초점을 잡아, 주문처럼 외우면서. 너는 내가 환각을 보곤 미쳐서 이러는 줄 알았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널 또렷하게 보고 싶었을 뿐이었어. 오늘 밤 간식으로는 사과가 먹고 싶어, 같은 기분으로. 저녁 사과는 독이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어때.
생일 축하해!
정말 미웠던 너덜너덜한 숨을 이제는 조금 용서하기로 했어. 글쎄, 좋아하는 연예인과 악수했던 손을 오래도록 씻지 않는 그런 거 있잖아. 그거야. 지켜주었으니 그 뜻대로 아껴줘야지. 술+약 이야말로 진짜 독사과래. 목이 말랐지만 대신 케이크 위의 단 크림 장식을 집어넣었어. 달아. 혀가 아파.
태어나줘서 고마워. 수많은 세계과 순간들 중에서 우리가 같은 방에서 같은 공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멋있지 않니. 그건 내가 오늘과 내일의 경계에서 또 잠들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있도록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어. 청춘만화에 나올 법한 자신의 말에 흥분한다면 그것도 순애라고 고집부릴래. 질척이며 네 발목을 잡고 싶어, 하지만 투명한 쪽이 좋은 거지, 역시. 겉으로라도.
약효는 진작에 떨어졌어. 술도 별로 안 마시지 않았어, 너? 분명 서로에게 취했어. 적어도 나는 네게. 심장박동이 데운 우리의 숨이 축축하고 덥고 아름다웠어. 사랑해, 사랑해, 정말로.
솜사탕이 물에 젖어버렸어. 제 손으로 적셨어. 하지만 울지 않아. 그건 다 너의 따뜻함 탓이야. 그래, 세상의 따뜻함. 다정함. 온기. 사랑. 그 탓이야. 네 탓이야. 나도 그 옆에 낄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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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은 이야기가 많아. 답하지 않는대도 내가 영원히 말을 이어가면 네 하루는 끝나지 않을 거야. 그렇잖아. 계속 함께라는 건 언제까지 유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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