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그리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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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3 21:47조회 43댓글 0Y
손을 맞잡았다. 부드럽게 다가온 너의 손길에, 너와의 사랑을 마음 깊숙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랑은 짙게 번졌고, 온통 흑백뿐일 것이라 직감하였던 그 마음에는 햇볕이 내려앉았다. 온통 빛뿐인 세상, 너의 후광마저 어두웠던 나를 환하게 비추는 듯 했다.

“너를 사랑해.”

완벽한 결말이었다. 서로의 사랑을 찾아, 흐르는 시간 속의 사진 필름에는 너와 내가 웃고 있을테니. 신이 있다면, 영원히 우리를 축복해주길. 바라보던 서로의 눈빛은 같은 뜻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나도 사랑해, -”

항상 그랬다. 서로에게 사랑을 읊조리고, 그 숨결이 가득하다 느끼는데도 이름은 들리지 않았다. 그것에 상관하지 않으며 살아온 시간들은 쌓여 내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던가. 너는 나를 사랑하고, 나도 너를 사랑하니까.

눈을 감았다 뜨자 이곳은 축제라도 벌이는 듯, 빛을 내던 샹들리에 아래 이 공간에는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감미롭게 흐르던 반주에 너는 함께 춤을 추자 신호하듯, 나를 이끌었다.

너에게 몸을 맞추고, 너는 나를 리드한다. 한 발짝, 한 발짝.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에 따라 음악은 흐르고, 우리는 그 시간 내내 춤을 춘다.

음악이 끊겼다. 고요하게 흐르던 이 공간 속에서 샹들리에마저 바닥으로 떨어진다. 쨍그랑. 적막으로 가득 채운 이 곳에서 깨지는 소리가 가득 메운다. 그리고 너는 웃고 있었다.

“오늘도 끝이야, 잘 가.”

너는 맞잡은 손으로 힘을 주어 나를 밀었다. 나는 바닥뿐이던 그곳에 생긴 구덩이 속으로 빠진다. 소리를 지르려 해도 아무 소리마저 내지 못한다. 저항하지 못하고 구덩이 속 끝이 보이지도 않는 아래로 가라앉는다. 떨어지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아.“

창문 틈새로 햇빛이 방 안에 스며든다.


아, 오늘도 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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