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7 12:22•조회 139•댓글 4•RmN
ㄴ 그러다가 네 머리부터 터질걸?
천사의악마 드림
"아 X발 퇴사할까."
"죽기 전에 공안 한 번쯤 불태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럼 악마인 네가 할래? 난 도망칠 테니까. 가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말하지 않았다. 이런 거 말해봤자 실행 가능성이 제로니까.
천사의 악마. 이 녀석 평소에는 아이스만 주구장창 말해서 천사가 아니라 아이스의 악마인 줄 알았건만... 그래도 인간형이라서 그런가, 좀 지능은 있는 것 같아 다행... 다행이겠지? 아니 잠깐만, 공안을 불태우는 건 인간에게 적의가 없다고는 보기 힘들지 않아?! 뭐... 그렇다고 내가 사측은 아니라서 동감하는 바이긴 하다만.
신체 결손만 몇십번, 평생 불구인 채로 살 뻔한 적은 다섯 번이 족히 넘는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솔직히 이미 세 번 죽었다. 나도 이딴 공안 들어오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상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 인해 난 트라우마(PTSD)의 악마와 계약을 맺었고 때마침 옆에 있던 공안의 데블 헌터로 인해 이곳 공안과 사실상 종신계약을 맺었다.
트라우마의 악마랑 계약했다가 공안이랑 종신계약을 맺었다가...... 그냥 내가 계약의 악마가 될 지경이지. 에휴.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의 트라우마, 즉 공포를 흡수해 무기에 마크 인챈트하듯 무슨 능력을 부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수명을 흡수해 무기로 만드는 천사의 악마와 함께 불려가는 경우가 많았고, 혼자서는 강력한 악마가 출몰하는 곳에 끌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유는 강한 악마일수록 사람들의 공포를 흡수하기 쉬웠으니까.
그냥 순수하게 많이 만나다 보니까 천사의 악마와는 어떻게 친해졌다. 근데 문제는 저 천사의 악마의 버디, 하야카와 아키. 총의 악마한테 가족이 몰살당하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고 그 때문에, 오로지 복수하기 위해서 공안에 입사한 얼굴만 잘생긴 악마 혐오자.
쟤, 천사의 악마랑은 꽤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나만 보면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그리고 귀에 딱지가 얹힐 정도로 말하는 난 악마가 제일 싫어. 저기요, 악마는 그쪽 버디인 텐시인데요. 나는 그래도 싸울 때를 빼면 이성이 완전히...? 아무튼 남아있는 마'인'이라고. 얼굴만 잘생기면 다야? 물론 내 능력을 쓰면 그 트라우마를 다시 상기시키는 수밖에 없긴 했다. 가족의 몰살이 좀 충격적이긴 하겠지. 그래도 총의 악마한테 죽은 가족이, 애인이, 친구가 있는 데블 헌터들이 어디 한둘인가. 어디는 몇십만명씩 죽였다며? 하야카와 아키의 행동이 이해는 됐지만—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다—그걸 내가 배려할 처지는 되지 않았다. 공안에서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가족의 몰살 정도는 그냥 어디에나 있는 흔한 트라우마 정도로 넘길 수 있었으니까. 그냥 나는 빨리 저 하야카와 아키의 무기에 인챈트나 적당히 해주고 쉬고 싶었다.
내가 무감정해진건 맞았다. 근데 어쩌겠어, 저 악마 혐오자의 말대로 공안은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죽는다. 난 그냥 저 데블 헌터들이 모든 악마를 죽여서 더이상 내가 힘들게 인챈트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랄 뿐이었다. 뭐... 그 세상은 천사의 악마도 나도 없는 세상이겠지만.
천사의 악마, 텐시는 어디서 다리 하나 잘려와도 그냥 피 좀 마시고 붙이면 된다는 내 말에 평소 뭘 해도 별로 변화가 없었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엑...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텐시는 안 그렇게 생겨서 리액션이 크다. 지금도 짧은...(!)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왜 사고회로가 그렇게 돌아가냐고 묻고 있다.
"진심이지. 피 좀 마시면 신체가 계속 리필되는데?"
그니까 이걸 뭐라고 해줘야 하나. 아이스 무한 리필? ... 음, 아무리 그래도 아이스가 신체 부위는 아니니까. 텐시 너는 악마인 주제에 너무 유약하다니까. 물론 나같은 사람이 있어서 악마도 혀를 내두른다—는 말이 있는 거겠지만.
닿으면 수명을 흡수하고 무기로 만드는 악마. 닿으면 트라우마를 흡수해서 무기에 인챈트 걸어주는 마인. 근데도 무기를 별로 만들지 않는 악마. 닥치는 대로 인챈트 걸어주는 마인. 웃기게도 텐시와 나는 비슷한 능력에 정반대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오로지 공안의 패망을 바란다는 것만 빼고.
처음 봤을땐 말이 너무 없어서 얘랑 친해지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근데 얘 순찰 시작하기도 전에 대뜸 초면인 사람한테 하는 말이 일하기 싫다—. 아이스 하나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은데—. 였다고.
너 이름은 모르겠는데 일단 넌 내 베프 확정이다ㅋㅋㅋ
—대충 그런 사정(?)으로, 월루할 생각만 하는 마인이랑 아이스 먹을 생각만 하는 악마가 친해진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