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07:50•조회 11•댓글 0•1919
모두가 분주하던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일지감치 점심을 거르기로 마음먹고
책상에 엎드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고,
내 정신은 온전히 다른 세상에 가 있었다.
무중력 공간에서 유영하는 듯 한 감각을 즐기며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내 주변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왕이면 노이즈 켄슬링이 되는 걸로 살 걸 그랬나,
하고 생각하는 도중 교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평소에 정보통으로 불리는 아이었다.
그 아이는 문을 잡고 숨을 몰아쉬다 입을 뗐다.
“야! 지금 백설.. 자.. 아아, 옥상에 있어!”
나는 들었던 고개를 다시 푹 묻었다. 설이는 곧잘
아이들과 선생님의 눈을 피해 옥상으로 가곤 했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은 착각할 수도 있으려나.
나와 생각이 같아 보이는 아이가 입을 열었다.
“그냥 있는 거겠지.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문 따는 애들 종종 있잖아.”
그 아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받아쳤다.
“아니라니까? 지금 떨어진다고, 아니 떨어졌다는게 아니라..”
이어폰을 뺐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조용히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에는 거의 없는 사람처럼 생활했으니.
하지만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 아이가 뜸을 들이자 더 크게 물었다.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데. 설명해줘, 빨리.”
“..지금 난간, 위에.. 아직도 있는진 모르겠는데..”
그 말을 듣고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왔다.
난간? 난간이라고? 그건, 아니야.
그냥 평소처럼 올라가서 바람을 쐬는 정도가 아니잖아.
확실히 다르잖아. 정말..
“…죽는거야?”
뛰었다. 계속 뛰었다.
계단을 3칸씩 건너뛰어 올랐다.
눈물일지도 모를 액체가 얼굴을 덮었다.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죽으려 할까.
그런 생각이 들자 이번에는 화가 났다.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쥐락펴락 하는걸 보니
죽음이란건 정말 짜증날 것이다.
옥상 문 앞에 다다랐을 때는 문을 딸 여유가 없었다.
아니, 그럴 생각을 못 한 것 같기도 하다.
손으로 내리쳐도 보고 발로도 차봤다.
손이 까지고 피가 날 정도로 내리치다가
문 옆에 커다란 철근 막대기를 발견했다.
이제는 그것으로 내려쳤다.
한 번, 두번, 세번..
처음엔 문에 페인 자국만 남다가
10번을 넘겼을 때 부터는 삐걱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문 사이 틈이 벌어지자 손으로 밀었다.
“… 백설. 내려와.”
역시 있었다.
난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갈색 긴 머리, 교복 밑 하얀 피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말랐던 볼이 다시 축축하게 젖었다.
너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뒤로 기울었다.
그걸 반복할 때 마다 내 심장도 멈췄다가 다시 뛰었다.
한 발자국 더 앞으로 갔다. 너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작게 되낼 뿐이었다.
“가. 돌아가. 내버려둬. 떨어질거야.”
그 말을 반복하던 너의 다리가 흔들렸다.
난간 앞으로 미끄러지던 너를 붙잡았다.
고개가 축 처져 있었다.
선생님들은 뒤늦게 뛰어올라왔고
너를 안은 채 어딘가로 사라졌다.
나는 까진 손을 더 꽉 주며 중얼거렸다.
“죽지도 못할 거면서 걱정시켜.”
나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뛰어온 친구 한 명의 괜찮냐는 물음엔
괜찮다, 괜찮다만 되내었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의 심장을 멈출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