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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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 19:37조회 44댓글 1해월
끝내, 결국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남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를 더 아프게 만들까 봐 두려웠어서. 그래서 그날, 빗속에서 등을 돌려 걷던 우리의 뒷모습이 영원한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네가 떠난 후로 나는 계속 비를 맞았다.
우산이 있었지만 펼치지 않았다. 비에 흠뻑 젖어버리면, 던져놓고 간 그 말들이 어쩌면 조금은 지워지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 때문이였나.

"미안해요, 우리 여기까지 해요."

그 말은 빗물에 닿지 않았다. 비는 종이도, 마음도 흐리게 하지만 유독 이별의 말만은 지우지 못하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 젖은 신발을 벗으며 나는 내 자신이 참 우스웠다. 헤어지는 사람을 붙잡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깨끗하게 보내주지도 못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짙은 그림자에 가까웠다. 네가 사라진 자리마다 깊이 박혀버린, 그 그림자.

밤이 되자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나는 순간 그 소리를 그 목소리처럼 착각했다.
이제는 다시 들을 수 없는, 매번 말끝을 흐리던 그 목소리. 그 흐릿함 속에 숨어 있던 미안함과 포기, 그리고 아직도 말하지 못한 진심 하나.

나는 아직도 네가 왜 떠났는지 모른다.
너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고, 나는 끝내 묻지 못했다. 너무 오래 사랑해서, 마지막에는 서로에게 거짓말까지 해버릴 만큼 지쳐버린 듯 했다.

책상 위에는 네가 마지막으로 두고 간 컵이 있다.
마시다 남긴 물이 여전히 반쯤 차 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르는데, 그 물은 이상하게도 증발하지 않았다. 마치 네가 돌아와 마저 마실 것처럼,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중이였다.

참 우습게도, 네가 떠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너의 잔을 닦아두고, 너의 자리를 비워두고, 너의 온기가 언젠가 돌아올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네가 떠나던 그날의 비가, 아직도 내 안에서는 그치지 않고 내린다는 것.

“안녕.”

네가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오늘은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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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깊이 존경하고 교감했던 존재와의 이별은, 실제로 아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만큼이나, 때로는 그 이상으로 깊은 상실감을 남긴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버려 미안해요.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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