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mvi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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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8 09:21조회 84댓글 35eo1z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임무 날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미하엘과 나는 보조 가방을 챙기느라 바빴고, 그 나머지 시간엔 자금을 마련하려 업무를 평소의 서너 배로 하는 바람에 몸에 파스가 닿지 아니한 날이 없었다.

* 아담, 준비됐어?

미하엘은 의미심장한 말로 나를 가동시켰다. 아마 내가 쥐고 있는 이 가방은, 나의 마지막 유품이 될지도 몰랐다.

* 그럼, 미하엘.

나는 상냥한 웃음으로 미하엘을 안심시켰다. 억지로라도 웃지 않으면 정말 만약이라는 불안에 휩싸일 것 같았으니까.

~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 운전만 했다. 미하엘이 지치면 내가, 내가 지치면 미하엘이 운전대를 잡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것은 모두 미하엘의 기발한 의견이었고, 우리는 서로 그 덕분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 아담, 불편해?

우리의 정적은 미하엘이 선두로 깨버렸다. 불편하냐고? 그야 당연하다. 온 차 안이 딱딱항 방탄으로 도배되어 있는데, 기댄다 해서 어깨가 결리지 않을리가.

* 조금.

나는 짧게 대답하곤 잠에 드려 노력했다. 미하엘도 그런 나의 심정을 눈치챘는지 그저 앞만 바라보며 운전만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 이제 범비 입구로 들어가.

나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혹시라도 입구 직원이, 미하엘이 나를 살해하고 조수석에 태웠다 오해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 깨지 않아도 돼. 요즘 직원, 없더라.

범비 마저도 결국 산업화를 해가는구나, 느낄 때 즈음. 멀리서도 보이는, 우뚝 솟은 한 건물이 보였다. 체감상으론 300층은 되는 것 같아 보였는데, 미하엘은 고작 120층 밖에 없다고 답해주었다.

* 높긴 높네. 아니, 내가 불란에 계속 살았어서 그런가.

불란에선 건물은 커녕 집도 없어 노숙하는 사람들이 천지였다. 너무 추운 겨울이면 하다못해 남의 집 아파트 현관문에 손을 얹고 손으로라도 보일러는 나누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 범비는 워낙 잘 사는 도시니까. 불란과 비교 대상이 아니지.

미하엘은 그렇게 말하며 눈짓으론 계속 전방을 주시했다. 아직 정부에서 들이닥치진 않겠지, 싶은 불안감이었을까.

* 골치 아프네. 정부가 도대체 어디람?

오랜만에 온 범비는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도로는 새로 포장했는지 방지턱조차 없었고, 표지판과 신호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길까지 알아보기 어렵게 바뀌어 안내가 없으면 정부에 진입하기도 힘들었다.

나는 내비게이션 앱을 켜 범비 정부를 찾았다. 정부는 현재 위치에서 멀지 않았고, 나는 그 화면을 바로 미하엘에게 보여주었다.

* 여기네. 가로수 앞 마당 안으로 들어가면 있는 곳.

미하엘은 지도를 확대하며 다시 차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 내가 할까, 라고 물어보려 했지만 미하엘이 집중하는 모습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 저기다, 정부!

아까 봤던 그 고층 빌딩이 눈 앞에 보였다. 정부 건물은 고개를 태양까지 젖혀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외벽은 새하얀 색이었으며, 매일 도색을 새로 하는지 바랜 부분은 찾기도 어려웠다. 정부를 둘러싼 울타리는 모두 전류가 통하는 쇠창살이었다. 찔리면 바로 통과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날카롭고 무딘 감각이 없었다.

* 진짜 멋있어졌네, 범비...

우리가 차를 몰고 정부 앞까지 가자, 경비실에 있던 경비가 뛰쳐나와 우리의 차를 두드렸다.

* 누구십니까?

내 예상과 달랐다. 분명 성질 포악한 그 경비는 어디 가고, 미하엘의 앞엔 제복을 차려 입은 한 20대 여성이 서 있었다.

* 초청을 받고 왔습니다만. 움틈입니다.

여자는 움틈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 경비실로 뛰어갔다. 곧 문은 열렸으며, 우리는 힘을 빼지 않고 무사히 안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 뭐야, 아담. 플랜 실력 다 어디갔어?

미하엘은 장난스럽게 말하며 본능적으로 백미러를 슬쩍 보았다. 그리고 미하엘은 곧 핸들을 세게 돌려 큰 소리를 내며 다시 유유히 정부 입구를 빠져나갔다.

* 미하엘! 무슨 짓이야, 지금?

나는 미하엘에게 진심으로 화냈다. 이렇게나 손쉽게 들어온 기회를, 놓친다고? 정부 내에서 나갔다고? 그러자 미하엘은 조금 입을 열어 내게 말했다.

* 사이드 미러로 봐.

사이드 미러에 비친 경비 여자의 손에는 기다란 사격총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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