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8 21:30•조회 26•댓글 0•0-0
"좀비사태가 발생한 지 37일이 지났습니다. 현재 발견된 생존자는 1992명으로, 도시에 남은 생존자는 없을 것으로..."
달칵- 버튼을 눌러 라디오를 껐다. 이 놈의 라디오는 뭐 그리 오래됐는지 제때 꺼지지도 않았다. 지지직거리며 꺼질락 말락 하는 라디오 소리를 무시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없긴 뭘 없어. 개판이라 찾아보기도 싫은 거겠지."
아수라장이 된 도시, 높은 사람들은 진작 도망쳐 구조 작업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희생하고, 희생당하며 겨우 나라의 앞에 선 생존자들만이 '생존자'로 집계될 뿐이었다.
"아아,.. 나가기 싫다. 저 놈의 총, 무거워서 들기도 힘든데."
며칠 동안 벙커 밖으로 나서지 않았더니 식량창고가 텅텅 비었다. 굶어 죽는 것만큼 괴로운 건 없다니 하는 수 없이 식량을 구하러 나가곤 하지만, 이만큼 귀찮은 것도 없을 것이다.
덜컹-
단단한 천으로 만들어져 벙커를 지켜주고 있는 문을 온 힘을 다해 밀었다. 벙커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자 굶주린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요새 좀비 수가 더는 것 같은데... 하긴, 잡는 사람은 없고 감염자수만 늘어나는데 뭘 더 바라겠어."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는 총을 들어 좀비들에게 조준했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바닥에 피가 흥건히 흘렀다. 이 망할 신세는 언제쯤 좋아질지 감도 오지 않았다.
//
"아이, 뭐 어떻답니까? 우리 무는 것도 아니고, 인간 몇 주는 것 가지고 달라질 것도 없습죠. 그냥 푸셔~"
연구원의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우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기적이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더 이상의 주저 없이 리모컨을 눌러 그 바이러스를 풀었다.
- 홀로 프롤로그 마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