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숨 쉬지 않는다_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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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0 23:20조회 45댓글 0시원
야속하게도 시간은 그리 천천히 가지 않았다. 잠시 드러선 행복은 끝을 보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더욱 이 찰나를 붙잡아 본다. 나는 내가 그리 마음이 강하지 않다는 걸 안다.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는 나를 그제서야 봤다. 비로소 그때 나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 11:20 a.m. ]
앞으로 12시간 10분.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나는 지금부터, 안녕을 고할 준비를 시작한다.

처음은 방이었다. 내가 날 때부터 사용했던 방을 정리해 갔다. 낡고 포근한 이불을 개었다. 책상 위에 어질러진 책을 책꽂이에 꽂았다. 널브러져 있던 필기구를 필통에 넣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옷가지들을 옷장에 넣었다.

정리되어 가는 방을 보고 나는 새삼스레 내가 떠나간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짐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한 번 시작한 울음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또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서, 마음이 아파왔다.

속절없이 흘렀던 눈물은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멈췄다. 감정의 파동은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기에, 나는 방문을 열고 센터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상대는, 텃밭이었다. 푸른 잎이 참 예뻤다. 한참을 바라봤다. 이제 막 잠에서 깬 새싹들이 새로운 땅에서 건강히 자라기를 바라며, 마지막 상대를 찾아갔다.


• 유안아, 방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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