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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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2 01:41조회 103댓글 2물레
청명했던 하늘이 점점 회색빛으로 물들어진다.

고요한 갈대밭 사이로 드나들던 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나.

어린 시절의 내가 숨바꼭질 술래가 되었고, 왠지는 모르지만

나만 이 강가 근처에 남겨졌다.

강가는 거의 흙탕물 수준인데, 그 위로 연하게 비치는 내 모습이

어딘가 슬퍼보였다.

낡고 낡은 먼지가 수두룩한 장화를 신고는 마치 비가 온다는 것처럼

머리를 감싸보기도 한다.

나도 모르겠다, 내 몸이 왜이러지.

그러다 갑자기 갈대밭을 지나 저 멀리 조그마난 정원에 뛰어가고

헐레벌떡 숨을 고른다.

- 어라?

저 멀리 보이는 또 다른 물결과 세찬 바람소리.

그 물결은 매우 투명한 검은 오징어먹물 같았다.

무언가 빠지면 그 속으로 들어갈 것만이라도 할 것처럼.

나는 홀린 듯이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갔다.

모래 바람이 눈에 들어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곳엔 뱃사공이 서 있었고 ㅡ

타라고 말하는 듯한 얇고 기다란 손짓.

검은 갓을 눌러쓰고 얼굴은 창백했다.

호기심에 못 이겨, 결국 말을 걸었다.

- 그 아저씨..
- 안 탈거면 썩 꺼져!

무서웠기에 나는 다시 돌아가려고 했지만

고개도, 다리도, 그 무엇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다.

오로지 내 시선은 그 배였다.

그래도.. 여기라도 타면 뭐 어디라도 가겠지 싶어서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겼다.

내가 그 배를 타자마자 기이하게도 그 뱃사공은 사라졌고

나는 모든 시야가 온통 하얘졌다.

- 아, 여긴 어디지.

그 순간 내 머릿 속과 눈 앞으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나의 삶에 있었던 일들.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냥이라고 해야하나,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최면이 걸린 것만 같이 다 꿈만 같은 상태로

몇 초가 지났을까, 영화가 끝이 난 것처럼 내 시야는 아까와 반대로 까맣다.

귓가에 들리는 작은 목소리

- 사망하셨습니다 .

- 당신 …

곳곳에서 들리는 통곡 소리.

소리가 끊기는 스피커 녹음처럼 들리고는,

툭 - 남았던 한 줄기의 영혼마저 끊어졌다.


-

나는 지금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갇혀있지만,

여기에서도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당신만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또 오래오래 건강히 살기를 바라며,

매일매일을 기도하고 있어요.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는 그 틈새 사이는

결코 우리를 막지 못하잖아요,

잘 지내기를.


@ 당신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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