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어둠 속 잔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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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22:37조회 67댓글 9Y
밖에서 들려오는 영문 모를 그 소리에, 입을 막고는 숨을 죽였다. 내 존재가 밖의 존재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이곳의 탈출을 바라는 마음으로. 같이 가자고 말했던 친구들은 내 옆에 없었다. 먼저 벗어나겠다고 이 문을 열어 바깥으로 향했다가, 다시 나와 시선조차도 마주치지 못했으니까.

“야, 여기만 가면 애들이 전부 사라진대!
우리도 갈래?”
“됐어.“
”아 진짜 가자니까?
응, 응?“

나는 밖의 그 존재가 이곳을 어서 떠나가길 빌었다. 젠장, 역시 금방 나갈 거라는 말 믿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며 지금의 본인을 원망할 뿐이었다. 공기는 차갑게 식었고, 쌀쌀한 바람이 곧 망가질 것만 같은 창가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간 걸까? 더 이상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아무 존재도 없었던 것처럼, 밖은 고요했다. 문에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들여다보았으나,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한번 푹 쉬고는,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문을 활짝 열었다.

쿵, 벽에 부딪힌 문고리가 큰 소리를 낼 정도로.

나는 화들짝 놀라 문을 바라보았으나, 자신이 열었던 문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렇게 나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정문을 보고는 기쁜 내색을 숨기지 못하며 뛰어나갔다.

“어디 가?
나랑 같이 놀아야지.”

순간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내 뒤를 막은 듯한 존재감이 가득 퍼졌다. 나는 다리까지 떨려오던 그 상태로 뒤를 바라보았다. 눈과 코, 입의 위치가 전부 제각각인 기이한 존재. 끔찍한 존재가, 내 눈 앞에 나타난 뒤였다.

“도망 갈 생각이었구나.
그러면 안 되지.”
“사, 살려주세요…”

그의 머리 위에 달린 입은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고 있었다.

“그래, 살려줄게.”
“저, 정말요? 감사합니—.”

단 한 순간, 그 순간에 그 질퍽거리는 몸집에서 흐느적 거리던 팔이 휘둘렸던 때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영원히, 이곳에서.
함께야.”

기이하고 끔찍한 존재가 다다른 깊은 어둠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쓰러진 채 모여 있었다. 전부 또래의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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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는 처음이라 어색하네요, 둥근 말투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https://curious.quizby.me/8X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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