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4 22:38•조회 21•댓글 1•윤정하🪻
눈을 뜨자마자 알 수 있었다.
오늘의 바다는 얼어 있었다.
마치 세상이 아주 조용히 숨을 멈춘 채,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
얼어붙은 바다는 그저 차갑기만 한 풍경이 아니었다.
빛을 잃지 않은 채, 고요 속에 단단히 눌러둔 마음의 조각처럼 반짝였다.
어디에도 흔들림이 없어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이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멈춰 섰다.
멀리서 들리던 파도의 소리도 없고, 바람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이상하게도 내 안의 목소리는 조금 더 또렷해졌다.
얼어붙은 수면 아래, 움직임을 감춘 파도들이 계속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아도,
그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물결이 살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마음도 그와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은 차갑게 굳어버렸어도
그 아래에는 여전히 흐르는 무언가가 있다.
포기하지 않은 온기 같은 것.
지금 당장은 손으로 만질 수도, 이름을 붙일 수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작은 진동.
나는 얼어붙은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얼음 틈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빛이 보였다.
찬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오면서도 이상하게 뜨거운 느낌이 스쳤다.
아마 언젠가 이 얼음은 녹겠지.
어떤 날은 조금씩, 어떤 날은 갑자기,
그리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파도들이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조금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아도,
희망은 아주 작은 틈새로 스며드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