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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7 21:57조회 96댓글 0자울자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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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헙...! ”

순간적으로 긴장해 몸이 경직되었다. 남자는 행동을 멈추고 엄마에게 무언가 말하더니 이내 바닥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쳐 나갈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목격한 백매화와 난 급하게 방 밖으로 나가 비상계단에 숨었다. 남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다리를 떠는데, 멀리서 희미하게 도어락 열림 소리가 들려왔다.

“ 아까 그 남잔가 보네. ”

작게 웅얼거리며 슬슬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 백매화가 일어나려던 손목을 붙잡으며 동공을 째려보았다. 황당에 못 미쳐 백매화에게 다시 이유를 물으려던 찰나,

“ 시시하게. 여기 숨어있었네. ”

방금 전 금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와 백매화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반짝이듯 일렁이는 금발빛은 비상계단 전등에 비쳐 더욱 윤슬이 나오고 있었다. 눈은 파란 걸 보아 해외인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의 정확한 한국어 구사에 멋대로 추측은 그만하기로 하고 백매화를 바라보았다.

“ 너, 너가 여길 왜... ”

백매화의 사색이 된 얼굴을 즐기기라도 하는듯 남자는 실실 쪼개며 백매화의 표정을 즐기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은 어딘가 공허했지만 꽉 채워진 듯했고, 사실은 무언가 부족했을지 모른다.

“ 너는 누구? ”

“ 아... 나는 선세화. ”

남자가 흥미롭단 표정을 보이며 재차 되물었다.

“ 썬? 그렇구나. 나는 스테인. S, T, A, I, N.  ”

사실 별로 궁금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남자는 내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해왔다. 엄청 내키진 않았으나 첫 인상은 좋은 만남으로 남겨두고자 싶어 그저 손을 잡으려는데,

“ 세화한테 뭐 하는 짓이야? 내 것 좀 작작 건들여. ”

스테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백매화에게 흔들어 보였다.

“ 곧 연락할게, 매화. ”

그 대화로 백매화는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하늘로 날아갔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다만 달라진 점은 백매화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동시에 또다른 친구가 생겼다는 점.

“ 제발 내 인생에서 꺼져. ”

아직도 패닉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못 하던 백매화를 잊지 못 한다.

/ / / /

“ 너도 이 학교 다니는구나, 썬? ”

친구관계는 당장 내일 아침부터 강행되었다. 백매화 못지 않은 출중한 외모에 몰려드는 시선은 덤. 너무나 불편했지만 내가 스테인과 친구를 맺은 이유가 있었다.

“ 너 혹시 백매화는 어디 갔는지 알아? ”

스테인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나의 두 뺨을 꼬집어 늘렸다. 백매화를 찾는 사유는 간단하다. 엄마는 자신의 결혼 상대가 사라진다면 당장 나부터 압박할 것이고, 그럼 최근 나의 문란한 성생활까지 드러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 매화는 왜 이렇게 찾아? 설마 너희 둘이 연애 해? ”

스테인의 말에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여? ”

“ 역시 썬은 귀엽다니까. 썬도 그렇게 생각하지? ”

이렇게 대놓고 들이대는 천한 놈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 순간에 그토록 백매화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유를 찾기도 힘들 만큼 심오한 기분에 덩달아 표정이 축 쳐졌다.

“ 역시 썬은 매화를 좋아하는구나. ”

잠깐 뇌가 정지됐다. 그런가? 나는 죽 백매화를 좋아하는 것인가? 그래서 스테인과 백매화를 내심 비교하는 것인가?

“ 뭐래. 아니거든. ”

짧게 대답하곤 정문으로 발을 돌렸다. 참 기분도 더러운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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