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6 21:15•조회 44•댓글 1•백련
『 임자 』
나는 줄곧 이곳의 왕녀였다.
조금 부족한 면도 많겠지만 항상 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눔하는... 사람일리가!
나는 열심히 이미지 관리를 하고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했다. 나의 아버지, 황제에게.
아버지는 항상 날 억압했다. 줄곧 내가 왕녀가 될 상이라며 무려 2살부터 시작했던 이 억압. 이제는 떨치고 내 나라를 새로 건국할 예정이었는데...
누가 먼저 반란을 일으켜버렸다. 이름이... A? 1000명을 무지하게 살해하고 다닌다는, 그 이니셜 A였다.
차라리 이니셜 A가 먼저 선수를 친 것이 다행이었을까?
황제가 가진건 무거운 몸뚱아리 뿐. 황제는 그렇게 얼마 못가 A의 손에 사살당했다. 내가 손쓸 필요도 없이.
소문에 의하면, 여자도 남자와 다를 바 없이 무참히 살해하는 미친개라던데. 왕녀인 나마저 살해당하는 일은 없겠지, 제발. 군사들이 성 앞을 무장하고 있으니, 절대 황궁 안으론 들어올 수 없었다.
– 왕녀님! 어서 도망가셔야, 크읏!
제국의 제일가는 병사, 알로히드가 비참히 살해당했다. 그것도 내 방, 내 눈 앞에서. 나는 온몸이 경직되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로드킬을 당하기 1초 전의 사슴처럼.
그리고 내가, 지금 그 멍청한 사슴이 되어있다. 이 망할 왕녀야, 얼른 움직여! 온몸이 가시덤불에 찢기던 말던, 얼른 밖으로 뛰어내리기부터라도 하라고!
– 네가, 왕녀인가?
눈 앞의 A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살의에 젖은 말투로. ' A '라는 검붉은 휘장을 왼 가슴에 달은 채.
– A님을 뵙습니다.
나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왕녀인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할 날이 오다니. 그리고 그 사실을 A도 알았는지 고개를 숙이곤 킥킥 웃었다.
– 역시, 사람들은 무기 앞에 평등해. 그게 설령 황제일지라도.
하지만, 황제 만큼은 꼭 내가 죽이고 싶었다. 내가 원한이 있었는데, 도대체 왜 A가 죽인것이란 말인가. 전혀 접점도 없던 A가.
– 왕녀, 너도 내 검에 찔려 죽긴 싫은가보지?
당연한 소릴 이 나라의 왕녀 앞에 지껄이다니. 그리고 A는 허공에 몇 번 손짓을 하더니 그만 씨익, 웃었다.
– 999... 아, 1만 채우면 1000이 된다고?
그리고 A는 검을 집어들어 내 심장을 약하게 쿡, 찔렀다. 그리곤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 너, 황제를 죽이고 싶었구나.
내가 흠칫, 놀라자 A가 더욱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황제도 널 죽이고 싶어 했어. 그래서 난 네 뜻을 따라 황제를 죽여줬고,
내가 그 다음 말을 예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 이제는 황제의 뜻을 따라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