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설정
2025-08-06 11:09조회 55댓글 5유하계
집착

執着 | obsession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매달리는 것.

___


덜커덩거리는 소리와 북적이는 지하철. 평소였다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지하철 소리에 리듬을 붙이며 노래를 들었을텐데... 왜인지 오늘따라 지하철이 소란스러워 짜증이 난 참이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대체 뭣 때문인데?
그리고 내 바로 옆에는 키도 크고, 훈훈한... 아니, 그냥 잘생긴.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다들 이 사람 보고 이러는건가? 뭐 연예인이야? 아이돌이라기엔 한 명밖에 없는데... 익숙한 얼굴인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안색은 매우 안좋았다. 공황이라도 있는걸까 싶어 가방을 뒤졌다. 동생을 위해 챙겨뒀던 약이 안보였다. 혹시 몰라 소화제라도 그에게 줘야할 것 같았다. 아까부터 배를 부여잡고 있는게 복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의 옷깃을 건드리자, 그는 내 쪽을 보았다. 와... 더럽게 잘생겼네. 그리고 나는 살며시 약을 건냈고, 그는 웃으며 내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확 번호라도 딸까 싶어 다시 그를 부르려 했을 때, 핸드폰이 미친듯이 웅웅거렸다. 신경질적으로 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이돌에 미쳐사는 친구였다.

'야, 너 맨날 타는 지하철 지금 타고 있지. 어디칸이야? 지금 우리 유현이 그 지하철 탔대!!'

...유현? 엑시즈 고유현?! 어쩐지, 익숙하다 했어. 그럼 방금... 그 고유현이 나한테 웃어준건가? 나는 급히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친, 나 방금 고유현이랑 대화했어. 고유현이 나보고 웃어줬음.'

대화랄 것도 아니긴 했는데... 그게 대화가 아니면 뭐겠어. 그냥 그렇다치자. 별일이야 생기겠어? 친구로부터 답장은 순식간에 도착했다.

'엥... ㄹㅇ로? 미친 너 계탔다. 에즈가 될 운명인가보다. 내 최애도 유현인데 너 최애는 누구??'

피식 웃고 폰을 덮었다. 내가 왜 엑시즈를 좋아해. 좋아한다면... 고유현 쪽이지.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내 쇼츠와 릴스 알고리즘은 고유현이 장악했고 나는 고유현의 팬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일반적인 팬들과는 달랐다.
솔직히, 유현아. 너도 그렇게 생각 하잖아? 다른 팬들이라는 것들이랑은 차원이 다르지. 나는 너의 은인이잖아. 게다가, 아무리 콘서트를 가고 팬싸인회를 가도 그렇게 가까이서 진심어린 너의 미소를 본건 오직 나뿐일 거 아냐? 항상 이상한 애들한테도 미소지어주는 너가 안타깝다. 정말 진심으로 미소를 지어주고 싶은 사람은 오직 나뿐이란 걸 잘 알아.
유현아, 유현아. 고유현. 그런데...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봐? 내가 뭘 잘못했어? 우린 사랑한거잖아! 사랑하는 사이에 집도 좀 드나들 수 있는거고, 사진도 좀 찍을 수 있는 것 아냐? 근데 내가 왜 경찰서에 있어? 사생? 웃기지마. 그런 단어로 우리의 관계를 치부하지 말아줘. 난 널 위해 모든걸 희생했어. 친구관계도 가족관계도 모두 다 널 위해...!!
야, 고유현. 솔직히 말해봐. 너도 나 좋아하잖아. 즐겼잖아. 늘 내가 따라다녀줘서 안심됐을 거 아냐. 그니까 그런 오물덩어리 보는듯한 눈빛 짓지 말라고!!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전부 죽여버리고 싶어. 내가 왜 이런데에 있어야 해. 평생 저주할거야, 고유현. ...그치만 어쩌겠어, 널 사랑하는데. 넌 평생 나하고만 있어야 하니까. 맞지? 이번은 특별히 용서해줄게. 그니까 어서 말해. 우린 사실 사랑하는 사이라고. 날 풀어줘도 좋다고.

___

ep. 01

새벽에 가끔씩 쓰는 단편들을 모아보려 해요!
아마 가끔씩 올릴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은 집착과 사생을 주제로 적어봤는데 어떤가요...? 괜찮은가요? 괜찮았음 좋겠네요 🥺
그럼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https://open.kakao.com/o/sw0uL…
🔗 https://curious.quizby.me/Yusu…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