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지 않는 청포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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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구석, 커다란 포도나무 그늘 아래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푸른 나뭇잎 사이로 알알이 맺힌 청포도들이 쏟아지는 여름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손끝에 닿는 알갱이들은 아직 단단했고, 코를 대봐도 달콤한 향 대신 시큼하고 떫은 냄새만 가득했다.
아직 단내를 품으려면 한참은 멀어 보이는, 채 자라지 못한 초록빛 알갱이들.
그 단단하고 새콤한 청포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꼭 내 처지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져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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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SNS에는 벌써 무언가를 멋지게 이루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벌써 꿈을 찾아 명함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어엿한 어른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여름이 깊어질수록 탐스럽고 진한 보랏빛으로 눈에 띄게 익어가는 포도 같았다.
반면 나만 여전히 색 하나 바꾸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남들처럼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대책 없이 시기만 한 초록빛 알갱이.
그게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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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가 와 안 익노 카고 맨날 째리보고 있어 봤자, 지 익을 때 안 되믄 꿈쩍도 안 한다 아이가."
평상에 꿀물이 든 수박을 내려놓으며 외할머니가 툭 던진 한마디에 멍하니 청포도 넝쿨을 바라보았다.
아-.
청포도는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깊어져도 결코 보라색이 되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그저 온 힘을 다해 이 여름의 햇살을 받아내며, 자신만의 가장 투명하고 싱그러운 연두빛으로 익어갈 뿐이었다.
보랏빛으로 변하는 포도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듯,
남들과 다른 색을 가졌다고 해서,
남들보다 조금 늦게 단맛을 품는다고 해서,
이 푸른빛의 노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조급해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나는 보라색 포도가 아니라, 나만의 빛깔을 가진 청포도였으니까. 이 여름이 가고 수많은 햇살과 소나기가 이 마당을 스쳐 지나가고 나면, 내 삶의 청포도들도 결국엔 제 속도로 달콤하게 익어갈 터였다.
아직은 단단하고 새콤한 초록빛의 나여도 괜찮다.
익지 않는 청포도 아래서.
나는 아주 오랜만에 마음 속 조급함을 내려놓고 다정한 위로를 피워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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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싱그러운 한명의 청춘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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