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1) "크리스마스 이브"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부터 눈이 흩날렸다. 쌓이진 않았지만, 하늘이 온종일 흐렸다.
교실 안은 분주했다. 선생님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라며 스피커로 캐롤을 틀었고, 누군가는 누가 마니또인지 끝까지 추리하겠다고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가 마니또 공개다.

나는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어제부터 마음이 자꾸만 불편했다.
이상하게 계속 하윤이 얼굴이 떠오르고,
그날 본 립밤 두 개, 그리고 말없이 편지를 읽던 그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그때였다.
책상 옆에 누가 와서 조용히 멈췄다.
임서아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왜?"
작게 물으니, 서아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하얀 종이봉투.
그 안에 무언가 작게 담긴 듯한 모양.

"니 마니또가 전해달란다."

서아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한참 그걸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안엔 작은 초콜릿 두 개.
(임서아가 전에 나한테 좋아하냐고 물어봤던 그 초콜릿이었다.)
그리고 손글씨로 적힌 쪽지.

'서준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잘 보내. 어리숙한 마니또라서 많이 못챙겨준 것 같아 미안.. 항상 고마워! (@>~<@)'

나는 숨을 한번 내쉬었다.
입가가 저절로 올라갔다.

마니또가 누군지 추리하다가
내 마니또, 하윤이가 갑자기 생각났다.

내가 하윤이를 봤을 때
하윤이 다시 책상 앞에서 책을 펼쳤지만,
눈은 글자가 아니라 창밖에 머물고 있었다.
내가 보는 줄 모르고, 혼자 살짝 웃고 있는 얼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그리고 책상 서랍 안을 뒤적여
며칠 전 준비해 두었던 작은 상자를 꺼냈다.

포장은 어설펐다.
손글씨도 삐뚤했고, 테이프도 제대로 붙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내 마음이 들어 있었다.

나는 말 없이 아무도 몰래
하윤이 책상에 올려두고 돌아왔다.
하윤은 아무 말 없이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엔 작고 납작한 미니 손거울.
그리고 쪽지 하나.

'너는 웃을 때 제일 예뻐.'

하윤이 잠깐 멈추더니, 조용히 손거울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책상 옆에 올려두고 다시 책을 펼쳤다.

그 순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교실 한가운데서 무언가 따뜻하게 지나간 기분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마니또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선물보다도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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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2) "우리 내일 만날래?"

...

나는 다시 창밖을 봤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눈은 조용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때,
하윤이가 내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서준아."

나는 깜짝 놀란 듯이 고개를 돌렸다.
하윤은 책상 위에 팔을 얹고
내 책상 쪽으로 중심을 세우며 서 있었다.
창밖을 보는 척하면서, 말없이 나를 보았다.

"내일.. 우리 만날래?"

그 말이 조용히, 정말 아무렇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내 가슴 속 어딘가가 '쿵' 하고 울렸다.

"왜?"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차분했다.

하윤은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냥. 크리스마스니까..?"
그리고 살짝 웃었다.
"내 마니또는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기도 하고.
그리고 그냥 너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기도 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그 마니또라는 걸 말하면,
이 순간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밖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하윤이 돌아 아무 일 없단 듯이 자기 자리로 갔다.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고 있었고,
나는 그 눈이 녹는 동안에도
이 내일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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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끝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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