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 22:38•조회 64•댓글 1•RmN
낭만이 고동쳤다
심장 속에서 낭만이
뻥튀기처럼 뛰었다
720P의 해상도 낮은 낭만은
비의 내음처럼 마음에 잔재했다
우리는 낭만이 영원하다고 믿지만
낭만은 언젠가 끝을 보이고
낭만실조로 이어진 그 낭만과 꿈
낭만실조에 걸리면 낭만수액을 맞아서
부족한 낭만을 보충해보지만
역시 조금 부족한 건 어릴 적 꿈을 잊어서겠지
—
첫사랑의 정의는 풋사과라면
짝사랑의 정의는 누군가 햇사과라고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첫사랑이 짝사랑이라면, 과연 그 정의는 풋사과와 햇사과 두개일까 아니면 그 중간의 어느 지점일까 혹은 둘 다 얻지 못하는 것?
첫사랑은 때로 사람을 설레게 만들고
짝사랑은 때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이건 확실히 틀렸다 첫사랑이든 짝사랑이든 결국 언제나 여름감기
뭣같은 망사랑은 말에게 유통기한을 준 뒤
유통기한 한참 지난 말들을 전하는 것
터진 우유 팩처럼 쏟아져나온 눈물은
내 볼을 타고
흘
러
내
려
서
결국 발끝을 적신다
첫사랑은 표현하는 데 미사여구도 수식어도 전부 필요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말일 텐데
분명 그런 예쁜 말인데 어째서 눈물이 터져나오는 걸까
그런 그 말, 목욕탕 수건같은 그 눅눅함과 건조함에 무심코
재채기 훅 내뱉으면 걱정스런 얼굴로 날 바라보는 네가 있었다.
—
몽경을 넘나드면서도 너를 기억해내는건
여름날 벚꽃 되어 흩어진 너의 잔상이
강렬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그런 거다
그저 봄의 잔해가 된 너를 추모하는 것 그뿐이다
꿈에서만 만날 수 있대도 계절이 흘러 봄이 돌아오게 된다면
없던 일로 하고 말없이 다시 사랑을 약조해만 준다면
천 송이의 꽃으로는 전할 수 없는 사랑을
다섯 형태의 달이 열두 번 지나도 셀 수 없는 표면의 구멍을
나 너라는 이름 가진 여름의 잔영에게 알려줄 테니
부디 한 번만 이 마음을 비의 탓으로 해 돌아와주길
—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를 그때 놓았어야 하는데-
휘청이는 마음 붙잡아서라도 받아주질 말걸 그랬다
네 덕에 진짜 많이도 울고 웃었다
한 번만이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으려나
불꽃놀이 정도는 같이 봤을 수도 있겠는데
뭐 그런다고 너를 용서해주겠다는 말은 아냐
그냥 우리가 만난 관계의 형태가 조금만 달랐다면 좋았겠다고
그런 기적같은거 일어날 리 없는거 알지만
나중에 보게 되면 연락해 아직 할말 안끝났으니까
그리고 난 아직도 내가 네 마지막 키스 상대였으면 해
/ 안녕하세요글이생각보다너무많아서백업할때까지는좀… 좀 낯 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