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겨울 눈이 녹아내리던 날, 우리의 추억도 함께 녹아내렸다. 햇빛에 닿아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서, 너의 웃음소리가 마치 향기처럼 허공에 번져 흩어졌다.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눈 위에 남겨져 있던 흔적은 이미 물빛에 잠겨 흐릿해지고, 그 자리에 작은 조각 같은 반짝임만이 남아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은 그렇게 우리를 밀어내듯, 시간을 부드럽게 무너뜨리고 있었다.
붙잡으려 하면 손끝은 허공을 스쳤고, 기억은 물거품처럼 부서졌다가 이내 가라앉았다. 마치 우리가 한때 같은 계절에 머물렀다는 사실마저도, 네가 없는 세상에선 오래 머물 수 없는 꿈처럼.
그럼에도 나는 알고 있다.
너와 함께했던 기억과 사실은 눈이 녹아 사라져도,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여전히 차갑게 잠들어 있다는 걸. 네가 남기고 간 말들이, 언젠가 다시 불러내면 잔설처럼 내 앞에 쌓일 거라는 걸.
그래서일까, 눈이 녹은 물웅덩이에 번지는 빛을 따라 계속 걸으면서도 나는 끝내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혹시나 네가 다시 나타나, 이 길 위에 새로운 흔적을 남겨줄 것만 같아서.
봄은 분명히 오고 있었지만, 내 안의 계절은 여전히 눈부신 겨울의 끝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ne0n. :사라지는 계절 끝에서 맴도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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