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당신은 별처럼 웃었다》 1화: 봄이 다시 시작되는 날
설정2025-08-07 22:41•조회 33•댓글 2•EIEI 🫶
〈1화〉봄이 다시 시작되는 날
아침 공기는 유난히 부드러웠다.
햇살은 얇은 커튼을 뚫고 들어와 책상 위 먼지를 반짝이며 흔들었고,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가지 끝마다 봉오리가 예고처럼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봄날,
한 소녀가 세이노르 마법 아카데미의 정문 앞에 섰다.
“리아나 벨로체. 전학생입니다.”
조용하고 또렷한 목소리였다.
소녀는 한 손에 등록서를 들고, 다른 손으로 단정히 묶은 머리카락을 살짝 만졌다.
바람이 불어와 그 머리카락 끝을 흩날렸다. 마치 시간이 그 순간을 기억하려는 듯이.
“전학생은 드문 일인데… 이 시기에.”
관리인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서류를 넘겼다.
리아나는 짧게 미소 지었다.
“그러게요. 하지만, 이상하게... 봄은 항상 시작점 같아서요.”
그 웃음은 어딘가 익숙하고 낯설었다.
마치 오래된 기억 속 어딘가에 있던 장면처럼—
아카데미 안은 분주했다.
4월 첫 수업 날. 귀족 아이들은 각자의 사제복을 정돈하며 바삐 움직였고, 교정 한복판에서는 ‘올해도 별이 떨어질까?’라는 농담이 돌고 있었다.
“들었어? 작년 봄엔 어떤 아이가 별을 주웠다나 봐.”
“그 별을 보면 미래를 본다던데? 혹은… 잊고 싶은 과거?”
그 말에 리아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상했다. 이곳은 처음인데, 이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머리 한쪽이 먹먹해지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순간,
“거기, 새 얼굴이네.”
리아나가 돌아보자, 청록빛 눈동자의 소년이 서 있었다.
아주 단정한 금발, 각 잡힌 제복, 그리고 예민한 분위기.
시에른 카벨.
세이노르 아카데미의 최연소 마법석 연구반 수석.
아무에게도 관심 없는 걸로 유명한, 차가운 눈빛의 남자.
그런 그가, 리아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데, 낯설지가 않군.”
순간, 리아나의 눈동자가 떨렸다.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지만, 발밑의 돌 하나가 그녀를 넘어뜨릴 뻔했다.
시에른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짧은 접촉.
그 순간, 리아나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디선가—이 장면을, 분명히 본 적이 있다.
그의 손. 이 봄의 공기. 그의 눈동자.
모든 게, 기억처럼 낯익었다.
리아나는 입술을 떼지 못했다.
시에른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
“당신 이름.”
“리아나… 벨로체.”
그 이름을 듣자,
소년의 눈동자에 섬광이 스쳤다.
마치… 믿고 싶지 않은 무엇인가를 본 것처럼.
그리고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돌아섰다.
그의 마지막 말은, 바람에 섞여 흐릿하게 들렸다.
“말도 안 돼… 당신은, 죽었을 텐데.”
✦ 다음 화 예고 ✦
〈2화〉기억의 별은 다시 떨어진다
— 그녀는 꿈을 꾼다. 누군가의 비명, 자신의 이름, 그리고… 피로 물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