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잔향 (殘響)

설정
2026-05-16 17:12조회 47댓글 1윤새하
어느 여름날.
여름 축제 공연을 삼 일 앞둔 밤이었다.

활기찬 기운이 맴돌았던 학교의 불은 이미 다 꺼진지 오래였고, 밴드부실만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기타를 담당하는 윤태현은 앰프 앞에 쪼그려 앉아 케이블을 정리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끊겨?”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보컬 서하린이 문틀에 기대 서 있었다.

“이 동아리 장비는 이제 은퇴해야 돼.”

“네 기타 실력보다?”

“시비 거냐?”

하린이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키득 웃었다.
태현은 그 웃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괜히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하린은 천천히 마이크 앞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실제 축제무대도 아닌데 습관처럼 스탠드를 잡고 눈을 감았다.

“한 번만 맞춰보자.”

태현은 말없이 기타를 둘러맸다.
앰프에 전원이 들어오고, 낮은 노이즈가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전주가 시작됐다.

태현의 기타는 늘 그랬다.
시끄럽고 날카로운데 이상하게 다정했다.

하린은 그 소리를 들으면 자꾸 웃고 싶어졌다.

“왜 웃어.”

“네 기타 좋아서.”

“또 그런 말 한다.”

“진짠데?”

하린이 마이크에 입술을 가까이 댄 채 말했다.

“너 연주할 때 꼭 고백하는 사람 같아.”

순간 기타 소리가 뚝 끊겼다.

태현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뭘 그런 걸로 비유해.”

“왜. 틀린 말 아니잖아.”

하린은 웃으며 다시 노래를 이어갔다.
태현은 괜히 귀 끝이 뜨거워진 채 다시 줄을 튕겼다.

합주가 끝났을 때는 밤이 꽤 깊어져 있었다.

창문 밖 운동장은 어두웠고, 교실들도 전부 불이 꺼져 있었다.
둘만 학교에 남은 것처럼 조용했다.

하린은 의자에 걸터앉아 태현을 올려다봤다.

“윤태현.”

“응.”

“너 축제 끝나면 고백하려고 했지.”

태현 손이 멈췄다.

“…뭐?”

“티 엄청 났거든.”

하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태현은 한참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결국 낮게 중얼거렸다.

“아 진짜 최악이다…”

하린이 소리 내 웃었다.
태현은 민망해서 고개를 숙였지만, 하린은 그런 태현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다.

“근데 나, 기다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해.”

태현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하린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태현 앞으로 걸어왔다. 가까워질수록 샴푸 냄새랑 달달한 캔커피 향이 섞여 났다.

“그러니까 지금 해주라.”

태현은 숨이 막히는 기분으로 하린을 바라봤다.

한참 뒤에야 태현은 하린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쳐다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

“…좋아해.”

하린이 웃었다.

“응. 알고 있었어.”

“근데 왜 이렇게 떨리냐.”

“그건.”

하린이 태현의 기타 피크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

“나도 좋아하니까.”

---

안녕하세요! 신입작가 윤새하입니다~
이번에 2번째 단편 소설인 여름날의 잔향 (殘響)으로 돌아왔는데
많은 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하네요!!
아직 두번째 글이라 많이 부족한 실력이니 읽어보시고 나서
이런 점을 고쳤으면 좋겠다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여러분~
_윤새하 올림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