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怨愛

설정
2025-09-10 21:35조회 190댓글 7사유
긴 세월을 떠돌아다녔도다.
수천 번의 생사가 내 앞을 스쳐갔으되,
결국 내 발길은 한 곳으로 돌아와 닿았구나.
끝이라 믿었던 그 길의 끝에서도,
나는 그대를 보았노라.

사랑이라 하였던가.
허나 내겐 그것이 곧 지옥과 다르지 아니하였도다.
알고서도 문드러진 동아줄을 그러쥐듯,
그대를 놓지 못하였으니,
손이 잘려 나가더라도, 그대만은 버릴 수 없었노라.

나는 원망하였도다.
어제도 그러하였고, 오늘도 그러하며,
내일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운명이 비웃듯 같은 고통을 거듭 새기게 하니,
내 어찌 고요히 살아낼 수 있겠는가.

봄빛이 오면, 나는 그대와 함께 나락으로 내려가리라.
햇살 비치지 아니하고,
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는 곳일지라도 좋으니,
비록 그곳이 우리 둘의 안식처가 되리라.
그리하면 끝내 그대를 내 곁에 묶어둘 수 있으리라.

떠나지 마시라, 가시지도 마시라.
이곳이 곧 우리 둘의 끝이자 또한 시작이니.
천 번의 세월, 만 번의 생을 돌아 이제야 알았노라.
그대를 살려 둔 것이 내가 아니요,
그대를 향한 원한이 곧 나를 살려 두었음을.

그러하니 이제..
피와 악의로써, 그대를 내 곁에 묶으리라.



━━━━━

・怨愛: 원애
⇒ 원망하면서도 사랑하는 마음

큐리: https://curious.quizby.me/v8Ve…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