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이 참 싫었다.
여름만 오면 땀에 젖어 끈적하게 달라붙는 옷도,
밤마다 귀찮게 윙윙거리는 모기도 참 싫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건,
가끔 창문을 통해 마주치는 여름의 색이었다.
너무 선명해서 눈이 부시고 아팠다.
푸른 녹색을 머금은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뙤약볕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 페트병 단면을 바라보며 눈이 멀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빛은 너무 무례했다.
지나치게 솔직했고,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반짝였고,
그 반짝임은 늘 나와 무관한 쪽을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또 누군가는 바다로 떠나갔다.
나는 그저 땀을 식히기 위해 선풍기 앞에 몸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지나가는 한낮을 견뎠다.
영화와 책에서는 여름을 청춘의 계절이라 불렀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애초에 청춘이라는 단어는 ‘봄’에서 온 말 아닌가.
그래서 나는 여름을, 그 계절을 싫어했다.
그리고 너는 꼭 그런 여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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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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