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3 18:23•조회 53•댓글 2•한수림
아무도 칼을 쥐지 않았는데
상처는 늘 남아 있었다.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 날카로웠던가,
그런 생각은
늘 뒤늦게야 찾아왔다.
누구도 총을 겨누지 않았는데
마음은 먼저 무너져 있었다.
서로를 향해 겨눈 것은
손이 아니라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이기려는 마음보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질수록
우리는 서로를 지키는 법을 배우기보다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다
더 깊이 다쳐버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감각은
사랑을 점점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었다.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온기가 아니라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상처의 형태였다.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놓지 못하는지
말하지 못한 질문만 남아 있었다.
끝내 말로 하지 못한 것들이
가장 큰 소리로 남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결국,
사랑은 이기는 법이 아니라
먼저 무너지는 법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