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1 10:11•조회 36•댓글 4•한지우
살아있는 시체
-By 한지우
나는 살아있었다.
팔 여기저기에는 수액들이 꽂힌 듯한 자국들이 있고,
온몸에는 핏자국들이 넘실댔다.
말을 하려고 하였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팔부터 시작한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의해 내 팔의 살이 한 겹 한 겹 벗겨져 나왔다.
나는 볼 수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칼 날이 나의 팔뼈까지 다다랐다.
-선생님,다음은요?
-어깨를 타고 심장.
어깨에는 깨질 것 같은 차가운 통증이 몰려왔다.
나는 볼 수 없었지만 느꼈다.
이미 나의 팔은 딱딱하고 하얀 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차차 어깨와 척추의 딱딱한 것들이 느껴져왔다.
갈비뼈가 부숴지는 통증을 참았다.
양쪽 어깨가 뚫리며 심장이 열렸다.
그들은 나의 심장을 비롯한 장기들은 어디론가 딸려나갔고,
이제 두개골의 차례였다.
-오우 묵직하네.
-와 진짜 뇌에 주름이 많네요
무거웠던 걱정과 짐이 무언가로 인해 사라져 가벼워졌듯
나도 무거운 그것들이 사라졌다.
-뼈는 유가족들에게 이따가 돌려 드려야겠죠?
-관 준비해. 이따가 5시쯤 장래식 열리니까
나는 살아있었다.
그런데 뼈만 남아있다.
나는 캐리어같은 곳에 담겨져 어디론가 이동했다.
어딘가 도착하고 나서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어딘가 깊숙한 곳에 묻혔다.
아아.
나는 살아있지 않았다.
나는 죽은 시체였다.
-By 한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