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9 08:12•조회 62•댓글 5•한지우
붉은 심연의 흐름
(우리 익애 작품에도 심연이라는 단어 많이 들어갔는데 따라하는 의도는 아니랍니다..)
-By 한지우
창문 균열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방바닥에 부서져 내리자,
벽에 기대어 선 나는 피 묻은 손바닥으로 공기를 움켜쥐었다.
핏줄이 부풀어 오른 동맥은 마치 생경한 악어 이빨처럼 선명했고,
거기서 흘러나온 피는 천천히,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끈적하게 바닥을 타고 흘러갔다.
심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땅에 떨어질 때마다 울리는 쨍한 울림처럼,
내 가슴 깊숙이 박힌 죄책감을 갈기갈기 찢었다.
혈관 속 어둠은 끝없이 깊어서, 그 속을 탐험하던 내 기억도 함께 빨려 들어갔다.
피는 더 이상 붉지 않았다.
핏물이 섞여 탁해진 회색빛 물결은
오래된 우물 속 썩은 물처럼 가늠할 수 없는 끔찍함으로 출렁였다.
어떤 조각이 흘러나올지 모르는 그 흐름 속에서
내 과거는 무겁게 떠다녔다.
By 한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