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그칠 줄 몰랐다. 쏴아아- 세상에 비가 울린다. 무더위가 사라지는 그 차가운 빗물에 온 세상이 질퍽거렸다.
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
오늘 개새끼를 비롯해 짐승들이 나를 찾아올 예정이라 예의상 사람의 -비록 오는 건 짐승들이지만.- 몰골을 하기 위해 머리를 감았다. 땀과 샤워기에서 쏟아진 물이 섞여 질퍽였다. 고개를 들고 거울을 보는데, 미친 누구세요? 내 잘생긴 얼굴은 어디 저승사자가 끌고 지옥갈 것처럼 삭아있었다.
최고의 놀림거리가 고작 빈약한 몸이었던 사람으로서,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 얼굴이 -자뻑이 아니라 실제로 나쁜 편은 아니다.- 어디서 반죽이 된 것처럼 되어 있으니 퍽이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수건으로 머리를 꾹 꾹 누르고 혈색이 없이 허옇게 뜬 입술을 이빨로 눌러 붉은 끼가 돌게 한 뒤 나갔다. 나갔는데··· 시발 개새끼가 있었다. 내 여름이 내 앞에 있었다.
- 와 몰골 살벌하네.
너는 나를 조금이라도 의식하긴 하는건가. 지난 5년동안 나 혼자 그 불구덩이를 버틴거야? 화르륵 타오르는 이 불 속은 너무 뜨겁기만 해. 개새끼랑 눈이 마주치고 내 의도와 상관없이 귀가 붉게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 열 아직도 나? 장마 끝나가던데···.
-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
개새끼는 가벼운 웃을을 섞어 농담을 툭 툭 던졌다. 미쳤나 봐. 그래도 친구한테 죽는다가 뭐야? 라고 받아쳤더니 그놈의 두더지만 돌아온다. 두더지가 뭐래. 라는 말에 허, 하고 한번 웃어주고 말았다. 그렇게라도 나를 생각해 주는 게 비참하게도 좋아서.
그때 짐승새끼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나는 30초만에 지인들에게 받은 온갖 과자와 음료수, 과일들이 사라지는 걸 목격하고 터덜터덜 침대에 가서 앉았다. 아 어지러. 다들 아가리 좀 싸물고 처먹기만 하면 좋겠다.
이후 우리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어떤 짓거리를 해야 재미가 있을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다음주가 중간고사인데 이지랄을 하고 있는 것부터 글렀다.- 계곡이나 워터파크가 난무하는 장에서 미술관을 언급한 내가 얼마나 씹선비새끼라고 욕을 처먹었을지 이쯤되면 알것이다.
- 아니, 나 지금 환자라니까?
- ?니 일주일 뒤에도 아플 예정이냐?
- 미친새끼, 빠져라 그냥.
저저 쓰레기새끼. 친구가 아프다는데 그걸 먹금하고 왕따를 시키네. 내가 구석에서 궁시렁거리는 동안 의견은 계곡으로 모였다. 왜냐? 우리끼리도 잘 놀 수 있는걸 사람들 사이에서 미어 터져야 하냐는 개새끼의 의견 때문이었다.
- 들어서 집어던지면 그게 워터슬라이드지.
이지랄. 진짜 개지랄. 벌써 무더운 여름에 비해 한없이 차가울 계곡물이 두려웠다. 진심이냐는 나의 호소도 먹금 당했다. 어느새 이야기는 보플2 데뷔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줏대 없는 갈대같은 새끼들. 나는 그래라- 한마디 하고 침대 속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아무래도 열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 알파!!드라이브!!!원!!!!!!
- 개밤티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붕붕
참고로 저기서 붕붕거리고 있는 게 개새끼다. 저 짐승들에게 엠넷의 개망한 데뷔조는 일주일동안 씹을 거리인게 분명했다. 아 춥다, 에어컨 좀 꺼주라··· 바들바들 떠는 나는 안중에도 보이지 않는지 저새끼들은 여전히 장하음씨의 미친(p) 외모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 시발 금발하음아 누나 곁으로 오렴.
- 괜찮아, 어짜피 망했어.
- 파생 그룹 언제 나와?
띡 띡
- 아 에어컨 온도 왜 높이냐.
- 지금 밖에 33도야, 미친새끼야.
- 두더지 추워하는 거 안 보이냐.
헐····· 개새끼 미쳤나 봐. 5년 지기 답게 내 상태를 알아채시고 온도를 높여주는 개새끼 뒤에 후광이 보였다. 덕분에 나는 이불을 둘둘 싸매고 이 시끄러운 소란 속에서 잠에 들 수 있었다.
후끈후끈후끈후끈후끈후끈····.
- 야 우리 간다.
- 웅 빠잉.
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웅····.
아 시끄러워. 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뭔 키즈카페에 연결된 길고 동그란 통로 속에 갇힌 기분. 눈앞이 아득하고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드는 그때. 아 시발 차가워. 뜨거운 몸에 비해 차가운 개새끼의 손이 내 이마를 식혔다.
- 와 존나 뜨거운데.
- 약 먹어.
통보에 가까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해열제를 먹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시발··· 개새끼는 내가 앓고 있는 지금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 응? 책? 포타나 트위터가 아니고? 이새끼 설마 공부하나? 지능도 개새끼 아니었나.
- 시험 공부?
- 웅.
- 왜 쫌 멋있냐?
- 구라까지 마. 니가 공부를 왜 해.
- 아 씨발 그렇다고 환자 대가리를 때려어.
내 대가리든 개새끼든 누구 하나 지랄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대가리를 부여 잡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시발 깨우지 마세요 제발요 저 자고 싶어요. 하지만 개새끼는 꾸역꾸역 내 입으로 약 처넣기를 성공했다. -봐줬다.- 나는 한숨을 쉬고 개새끼를 노려봤다.
- 뭐 시발, 지금 싸우면 니가 발려.
절대 쫄아서 눈을 깐 게 아니다. 봐준거야, 봐준 거. 앞머리를 슥 슥 넘기고 진짜 잠에 들었다. 몽롱해진 정신 속 귓가로 노래가 흘러 들어왔다. 오우 세레나데 스웰위 어쩌구··· 익숙한 노래다. 개새끼가 또 플리를 틀어나 보다. 노래와 빗소리가 섞여 병실을 가득 메웠다. 세레나데···.
내가 하고 싶은 게 세레나데인줄 모르고.
https://curious.quizby.me/ugun…^ 퇴고 없어요 장편이에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