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미하엘은 일찍 일어나 나를 깨웠다.
* XZ 플랜, 오늘. 정부 뒷문으로 들어가면 경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나는 일어나자마자 강제적으로 미하엘의 보고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비몽사몽한 탓에 뭐라고 하는지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어조로 보아 긴급한 사안은 아닌 것 같았다.
* 어어, 그래... 일어나야지...
값싼 여관 침대가 이리도 푹신했었다니. 나는 자동으로 내가 어젯밤에 얼마나 정신적으로 고생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 졸리면 좀 더 자. 이따 양치랑 세수만 해도 되니까.
미하엘은 밤 사이에 조금 냉대하게 변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날 챙겨주는 모습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항상 그런 미하엘의 모습을 좋아했었으니까.
* 아니, 일어날래. 머리도 분명 까치집일텐데, 씻어야지.
내 예상대로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다. 어젯밤에 머리를 감지 않고 쓰러지듯 잔 탓인지 몰골도 많이 초췌했다.
* 자다 일어나도 귀엽네.
미하엘은 화장실로 따라 들어와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 황급히 내 머리를 손으로 가렸지만, 그럼에도 미하엘은 이미 본 건지 화장실을 떠나서도 방이 울려라 웃어댔다.
* 카탈린, 저 웃기는 놈...
우리는 어제의 일이 무색하게 평소와 다름 없는 사이로 되돌아가는 듯했다.
~
* 또 여기네...
우리는 어제와 똑같은 정부 쇠창살 앞 대문에 다다랐다. 미하엘의 말대로 뒷문으로 가니 경비는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차를 밖에 빼둔 채 은밀히 정부 안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 Bring it on! (덤벼!)
미하엘은 짧게 구호를 외치곤 쇠창살 너머로 들어갔다. 꽤나 날카로운 칼날에 나는 미하엘을 조금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 넘어와, 아담. 생각보다 무뎌.
나는 미리 연마해둔 파쿠르 실력으로 담벼락을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다. 애초에 이건 운동을 제대로 못 배운 사람이나 못 넘어가는 구간이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너무나도 평화로웠고, 혹시 몰라 옥상과 창문 모두를 올려다 보았으나 그곳엔 그 누구의 명암이나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 오셨군요.
낯선 이의 목소리에 나와 미하엘은 일제히 그 상대를 향해 눈빛을 겨누었다. 범비의 시장, 늇클론이었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늇클론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우릴 반겼다. 사실 반길 마음도 없는 것 같았다. 눈빛을 그저 ' 이제야 왔구나 ' 싶은 생각만 보였으니.
* ... 왜 우릴 부른 겁니까?
이제야 물어볼 수 있었다. 왜 우릴 불렀고, 그 경비는 왜 우리에게 총기를 겨눴었는지.
* 하하... 그건 말이죠.
늇클론은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
큐리어스 :
https://curious.quizby.me/5e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