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7 17:45•조회 44•댓글 0•쩰리
다음날. 연극 동아리 모임 첫째 날 이후.
연극 동아리에서 첫 번째 연습을 하기로 한 날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학원을 빠질 수 있다는 거.
율이랑 떠들 수도 있고 말이다. 정말 일석이조인 듯.
***
동아리실에 다 모이자, 각본가 선생님께서 설명을 시작하셨다.
"얘들아~ 저번에 말한 대로 연극은 <베니스의 상인>으로 할 꺼야. 포샤와 바사니오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룰 거라서 제시카와 로렌조 이야기는 빼고 진행할께. 사실 포샤와 법정
이야기 쪽이 더 유명하기도 하고 말이야. 선생님이 각본은 다 준비해뒀으니까 배우들은 다
한 권씩 가져가도록 해."
아이들이 모두 대본을 가져간 후, 연기 지도 선생님께서 마저 설명을 하셨다.
"첫 날은 드라이 리딩 먼저 시작할께. 말 그대로 감정을 싣지 않고 그냥 읽는 거지. 시작해볼까?"
애들이 드라이 리딩을 하는 동안, 나랑 다른 연출 애들은 각본가 선생님께 무대 설명을 받았다.
"조명/배경 연출 손 들어볼까?"
나랑 다른 남자애...가 손을 들었다.
"그래.
어 잠시만.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인데에...?
"어! 너 임현준, 임현준 맞지?"
"에...? 신혜린...?"
"진짜 오랜만이다! 너도 여기 중학교 다닐 줄은 몰랐는데...!"
그때, 각본가 선생님께서 끼어드셨다.
"얘들아...? 마저 설명해도 될까?"
"아, 넵!"
진짜 복잡한 조명 기능을 알아보고, 다음으로는 배경으로 넘어갔다.
"너희 둘이 상의해서 배경 좀 해줘! 난 배우들한테 가야 하니까~"
"네...?"
그렇게 우리 둘이 남겨졌다.
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미국 갔다 하지 않았어? 다시 한국 왔네?"
"응...미국에서는 한 3년만 살다가 올해 전학온거야."
"아...그렇지? 아니면 내가 널 못 봤을리가 없어. 구체적으로 언제?"
"저번주. 일주일도 안 됐어. 난 6반. 넌?"
"난 5반. 오! 바로 옆 반이네. 앞으로 많이 볼 수 있갰다. 그지?"
"그렇네..ㅋㅋ"
"이제 우리 이거 배경 상의하자."
"그럼 이거 배경 세팅은 다 우리가 해야 하나?"
"솔직히 배경 다 세팅하고 옮기고 하는 건 너무 복잡할 것 같아.
그러니까, 실제 배경 대신 차라리...프로젝터로 빔을 쏘는 어떨까?"
"그거 좋다! 역시 대단하네."
칭찬을 받으니 조금 쑥쓰러웠다:>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봐서 그런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우리 이제 각본가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선생님! 저희 대충 아이디어 틀은 잡았는데, 알려드릴께요!"
내가 알아낸 방법을 설명하자, 각본가 선생님께서도 엄청 좋아하셨다.
시간, 비용 다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정말 참신하다고 하셨다!
동아리 시간 끝. 율이랑 만나서 교문을 나설 때, 뒤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렸다.
임현준이었다.
"잘 가!"
"너도 조심히 가!!"
나는 얼떨결에 크게 인사를 하고, 율이의 불평과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집에 갔다.
***
"으음..."
다음 날 아침, 해가 너무 부셔서 일찍 일어나게 됐다.
폰을 확인하니 누구한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임현준: 우리 배경 상의하러 언제 한 번 만날까? 내일 아침 8시 어때?'
맞다. 오늘 주말이지.
그리고...지금 7시 30분이니까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그렇게 피곤한 몸을 일으켜서 주말! 아침부터 문 앞을 나섰다.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