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5 20:39•조회 27•댓글 1•조유담
조금 늦은 오후였고,
햇살은 항상 네가 먼저 걷던 방향으로만 기울었다.
아무리 불러도 네가 돌아보지 않는 그 골목에서,
나는 늘 한 발짝 늦었다.
내 마음은 늘 조용했다.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것보다 더 오래 남는다는 걸
나는 일찍 알아버렸고.
네가 웃을 때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고,
네가 사랑을 말할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벗어 접어 넣었다.
그러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라
모든 게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던 거야.
떨리는 손끝에 스치는 옷깃,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노래가 울리는 순간,
사라졌던 눈빛이 아주 잠깐 나를 향할 때마다,
그게 내 전부였는데.
아무도 몰랐겠지만,
나는 내내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그게 봄이었고
그리고 그게 너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