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네가 내일 죽어버린다면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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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4 11:06조회 20댓글 0depr3ssed
“그래서, 사람의 목숨… 을 굳이 원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왜 하필 사람이어야 해?”

“본디 소원이란 상응하는 가치를 요해. 신에게 소원을 빌어서 이루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리 믿고 행동해서 이루어진 게 태반이고. 실제로 신이 소원을 이뤄주는 경우는 드물어, 누군가는 가볍게 여길 소원이 어느 사람에게는 목숨과 맞먹는 소원일 수 있으니까… 쉽게 말해, 신조차도 무얼 대가로 가져갈지 이뤄주기 전에는 모르니까 몸을 사린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거 같아.”

“……… 사람의 목숨………. 사람의 종류에는 상관이 없는 거지? 꼭 선량한 사람이어야 한다든가 하는 거. 없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생에 미련이 없으며……… 다 죽어가는 사람을 데려다가—”

아차.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러면 그냥 살인자나 다름없게 되는데……. 아니, 이미 살인자일지도…?

“상관은 없지만… 너야말로 그 델피늄…. 델피늄을 치료할 방법을 찾는 이유가 뭔데?”

“얘기하자면 길긴 한데. 알고싶어?”

“응. 무슨 일이길래 자신의 인생같은 건 상관 없다는 듯 얘기할 수 있는 걸까… 궁금해서.”

후우… 내가 이걸 결국 얘기하는 날이 오는구나. 이유리의 머릿속을 가득 매우는 그 구원받은 날의 빛….

“중학교 1학년, 대충 한 2년쯤 전에—”

인생의 전환점, 밑바닥을 헤매던 내 인생을 햇볕 잘 드는 따뜻한 곳으로 올려준 구세주…

“흔히 말하는 이지메—그냥 그런 거의 흔한 표적 1. 아빠는 사업 말아먹고 엄마는 집 나갔고. 흔히 말하는 밑바닥 인생이었어. 근데 그러던 어느 날… 걔가 날 구원해준거야.”

—그러니까, 나도 시즈쿠를 기필고 구원할거야.

***

분명 그랬는데.

“… 없어. 그 애가 없다고.”

목숨을 바쳐도 좋으니까, 상태만 확인해달라고 바랐을 뿐인데….

“… 네? 어째서… 왜요? 왜, 왜… 살리지 못하는 건데. 그럴 리가 없잖아… 잘못 한 거 아니냐고요.”

그럴, 그럴 리가… 아니야… 이상한 생각은 집어치워야 하는데…….

“그 애가 일본 안에 있으면 분명히 내 힘닿는 범위야. 그런데… 네가 말한 정보랑 그런 걸 다 합쳐봐도, 못 찾는다고.”

“아니… 아니, 한자가 다르다던가—”

“당황한 건 이해하겠는데, 이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이야. 나라고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던가 하는 그런 기적같은 걸 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

“…”

죽었다고?

“알았지? 그럼 이제 돌아가. 우리 둘 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죽었다.

시즈쿠가,

내 인생이,

살아온 이유가.

온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느낌, 느껴본 적 없는 공포. 살아온 삶을 부정당하는 게 이런 느낌인 건가?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피가 순환을 멈춘다. 살을 에는 슬픔에 눈물이 북받쳐서, 삼키지 못한 울음이 턱을 타고 흘러내린다.

죽었다. 시즈쿠가 죽었다.

그 세 어절을 떠올린 순간, 내 인생에는 종지부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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