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1 11:38•조회 22•댓글 0•미드나잇
포장마차
낡은 천막은 바람에 흔들리고
붉은 불빛은 어둠 속에서 깜빡인다.
하루를 지고 온 이들의 어깨가
하나 둘, 자리에 내려앉는다.
소주잔은 투명하게 빛나고
뜨끈한 국물은
김이 올라 하늘 위로 사라진다.
마치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대신해
흩어지는 듯.
남자들은 묵묵히 잔을 기울이고
여자들은 작은 한숨을 풀어낸다.
누군가는 실패를 삼키고
누군가는 이별을 씹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냥 이 밤이 외로워
따뜻한 불빛에 이끌려온다.
이 포장마차의 주인은
이런 사연들을 굳이 묻지 않는다.
그저 국물 한 국자,
잔 가득 술을 건네주며
"많이 힘들었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바깥 세상은 차갑고 서두르지만
이곳의 시간은 조금 더 천천히 흘러간다.
잔이 부딪히는 소리,
익숙한 내용의 말소리
그리고 잠시나마
모두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는 순간.
포장마차는 결국
머물다 떠나는 자리다.
뜨거운 국물도, 불빛도
따뜻한 해가 뜨면 사라지겠지만,
이 곳에서 짧은 위로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또 힘들어지면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
포장마차는
길 위에 놓인 작은 집이자,
삶을 버티게 해주는
한밤의 등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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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힘들지만, 작고 소박한 위로 하나가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 아닐까요?
그 위로가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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