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9 12:14•조회 31•댓글 0•❥ lumi
❥ How are you guys?
태양빛이 온 세상을 물들일 때 즈음이었나, 아님 어둠으로 가득찬 들판이 황홀할 즈음이었나. 네가 나타났다.
“……”
“안녕? 미안.”
만나자마자 대뜸 미안하다는 소리부터 튀어나오넌 너. 나는 아직도 그 계절을 잊을 수 없다.
“뭐가.”
“그냥, 모든 게.”
“……”
“잡을래?”
다짜고짜 내밀던 너의 손을, 난 뭐에 홀린 듯이 덥석 잡아버렸다. 너는 웃음을 터뜨렸고, 우린 즐거웠다. 적어도 네가 어떤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게 뭐야?”
“왜 그런 걸 물어?”
“그냥. 궁금하잖아.”
“난… 평화.”
“평화?”
“응. 온 세상이 고요하면 살맛이 좀 날까 하고.”
“……”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짐작해낼 수 있었다. 나보다 무거운 미래구나. 나도 조금은 나은 삶이구나. 너는 고통이 배가 되겠구나. 내가 널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구나.
“근데 뭐, 영원한 평화는 없으니까.”
“…… 그렇지.”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돼.”
어떻게 담지 않을 수 있겠어. 내가 널 사랑하는 걸. 아니,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 사랑같은 진부한 말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있지,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네가 내게 사과했잖아.”
“그랬지.”
“의미를 생각하고 고민해봤어.”
“……”
“어쩌면 넌 알았던 게 아닐까? 우리는 영영 남이라는 것을. 너는 날 영영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널 죽도록 사랑해 머지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래.”
너는 확실한 대답을 했으나, 내겐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그래서 그래라고 대답한 것일 수도.
❥ Have a good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