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 23:12•조회 46•댓글 2•순애
청의 맥동을 끊어.
붉은 피가 낭자할 때까지 육신을, 심상을, 그 전부를 갉아 먹을 고리타분한 감정.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감정이 두려워 두 눈 꾹 감아 고통을 모르는 체하기 십상이었어.
흥건한 선혈과 대비되는 밝은 웃음은 곪아가는 내면을 감추기에 알맞던 가면인지라.
저 자신을 가장 좀먹던 건 그 애증으로 얼룩진 감정이 아닌 자신인 걸 알고 있었기에. 입가에 진득한 굳은 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쳐 한층 더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니 비로소 한 인물의 결말을 알리는 마침표와 다름없었다. 짙은 흉터, 짓무른 눈가, 생기 잃은 눈동자. 주변에선 구슬픈 종장의 레퀴엠이 울리니 이제야 제 비극과 마주한, 빌런.
이 모든 건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위한 작은 연출일뿐.
악역을 위한 서포트 라이트 따윈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무얼 탓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