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말(泡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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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5 18:38조회 49댓글 0유키노텐시
: 찰나의 무지개를 품은 투명한 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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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을 떠난 비눗방울이 중력의 간섭을 받지 않은 채 공중을 유영한다.

그것은 아주 잠시 세상의 빛을 훔쳐 제 몸 안에 가둬둔 작은 우주.



무색의 막 위로 흐르는 보랏빛과 연둣빛의 화려한 소용돌이는, 어쩌면 가장 짧은 생을 부여받은 존재가 내뱉는 마지막 유언과도 같다.


우리는 그 연약한 구(球)가 바람의 결을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을 숨을 죽인 채 지켜볼 뿐.

가장 화려한 순간에 가장 허무하게 부서지는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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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의 운명은 비극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지독하리만치 탐미적이다.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리는 그 투명한 벽은, 소유하려 드는 모든 손길을 거부한 채 오직 바라보는 이의 눈동자 속에만 자신의 잔상을 남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실어 나르는 가벼운 유희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가 쥐려 애쓰는 모든 청춘의 꿈과 닮아 있다.

공들여 불어넣은 숨결이 허공에서 흩어질 때, 우리는 상실의 슬픔보다 주로 그 찰나가 선사한 눈부신 궤적을 먼저 기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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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빛이 가장 예리하게 굴절되는 정오의 한복판.

수십 개의 투명한 방울이 일제히 날아올라 하늘의 파란색을 투영할 때.
그것은 바람이 하늘을 향해 보내는 가장 순수한 농담이자, 금방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아름다워지기를 선택한 존재들의 찬란한 반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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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가슴에 품고,
순식간에 터져 사라질 그 투명한 비행을 끝까지 응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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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이라면, 비눗방울은 땅에서 하늘로 올려보내는 다정한 답장 같은 농담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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